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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포효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인기 높은 자동차 경기 F1(Formula One)

F1은 전동화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향 양호 : ‘서킷 오브 더 아메리카스’의 턴 5에서 메르세데스 F1이 선회하고 있다.



‘서킷 오브 더 아메리카스’의 턴 11의 차량 흐름은 비교적 느리다. 급선회 구간이라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100km 정도다. 이 구간을 지나면 길이 1.2km 정도의 직선 내리막 구간이 나온다. 상태가 좋은 차량이라면 시속 320km를 넘게 낼 수 있다.

턴 12 앞의 그랜드스탠드 위치에서 갑자기 흑색과 금색으로 칠해진 경주용차가 나타났다. 당시 오스틴 경기장의 날씨는 텍사스 주답게 덥고 습했다. 기온이 32도에 달했다. 그러나 그 차는 바람을 몰고 왔다. 소음으로 이루어진 바람이었다.

이런 감각적인 경험 때문에 사람들이 F1의 팬이 된다. 이 시리즈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였다. 끔찍하던 폭탄 소리를 멋진 자동차들의 즐거운 소음과 엄청난 속도가 대체했다.

그 후로 여러 해가 지나면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F1의 엔진 포효를 듣기 위해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F1 엔진의 소리는 엄밀히 말해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경주용차들이 그랜드스탠드를 씽씽 스쳐지나갈 때마다 그 8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충격파가 관객들의 가슴 속과 목 뒤, 눈구멍 속까지 밀려온다. 이것을 ‘소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가? 이는 소음이라기보다는 감정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F1 경기를 기술적으로 보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다. ‘마스터스 히스토릭’ 시리즈는 ‘미국 그랑프리’의 예비 경기다. 지금 눈앞을 전속력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주용차는 F1이다. 그러나 지난 약 40년간 경주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F1이다.

오늘날의 F1은 과거 V-8 엔진보다 거의 두 배나 더 강력한, 복잡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V-8 엔진같이 강렬한 소음을 내지도 않는다. 귀마개를 하지 않아도 F1 경기를 경주로 바로 옆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팬과 팀들 사이에 소동을 일으켰다.

지난 4년 전, 점점 높아가는 환경 보호 여론을 의식해 만들어진 새로운 연맹 규약에 따라 가솔린과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F1용으로 채택되었다. 프리우스에도 쓰이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와 연관짓기 힘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차량들은 기존의 어떤 차량보다도 빠르고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이는 경기에 중요한 요소다. 또한 F1을 자동차 경주계의 최고봉에 머무르게 하는 중요한 기술적 낙수 효과다. F1의 여러 기술 혁신은 우리의 일상적인 자동차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스크 브레이크, 탄소 섬유, 견인력 제어 등을 포함해, F1을 위해 개발된 많은 기술들은 일반인용 자동차의 안전성과 연비, 속도를 증가시켜 주었다.

F1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기술 혁신을 일으켰으나, 감각적인 스릴은 덜하다.


포뮬라 E 운전자 넬슨 피케트 2세가 새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그 날 늦게 경주로에서 좀 떨어진 하얀 건물의 아늑한 방에서, F1의 자동차 스포츠 운영부장인 로스 브라운은 “그 점이 좀 마음에 안 들기는 하다. 누구나 F1이 얼마나 굉장한 소리를 냈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로에서 들려오는 V-8 엔진의 비명 소리가 에어컨디셔닝이 잘 된 실내에까지 들려오자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1970년대 후반부터 F1 경주용차와 함께 해 온 그는 소음이 더욱컸던 옛 시절을 회상했다. “예전에는 고막이 터질만큼 시끄러운 엔진을 썼다. 그런데 하이브리드가 나오고 나서는 사람들이 달리는 차 옆에서도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F1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과도 연관되어 있다.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할 미래 시대에, 이 경주는 자동차 업계 일반의 기술 혁신을 계속 주도할 것인가? 혹은 특이한 목표를 노리는 순수한 스포츠로 변화할 것인가? 어쩌면 완전 전동식 경주용차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연구 개발 실험실’이라는 F1의 타이틀을 뺏어가지는 않을까?

F1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스포츠 중 하나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5개 대륙에서 매 주말마다 경기가 열리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경기를 보러 온다. 팀 하나가 쓰는 1년 예산도 수억 달러에 달한다. 이 돈 대부분은 경주용차의 부품, 소재, 시스템 개발에 사용된다. 그러한 기술 혁신 중 일부는 일반인용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 자동차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데도, F1은 여전히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F1은 팬과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가솔린 엔진에 의해 유지되는 현대 그랑프리의 강렬한 감각적 자극을 계속 중시했던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프로 자동차 경주를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연맹(FIA)은 환경 문제를 중시하는 자동차 경주 팬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최근 포뮬라 E라는 전기 자동차 경주 시리즈를 재정 지원하기 시작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이 포뮬라 E가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된 것 같지만, 사실은 F1에 비해 덜 진보된 기술이 쓰이고 있다. FIA는 예산이 적은 팀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생긴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포뮬라 E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리그의 주요 부품들은 기성품들이다. 따라서 배터리도 자작해야 하는 식의 연구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동차 스포츠계의 거물들이 신입들을 막지 못하게 하기 위해, 팀의 1년 장비 예산은 250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F1팀 예산의 1/10 수준이다.

FIA는 F1과 포뮬라 E의 예산 사용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최근 FIA는 팀들에게 친환경 기술에도 돈을 쓸 것을 지시했다. 성능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F1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매년 FIA와 F1 경영요원들은 F1 팀들에게 그 해 변경된 기술 규정을 전달한다. 그리고 7년마다 F1의 모든 제원은 철저히 재검토된다. 규정에서는 엔진 구성, 운전석의 각도, 배터리가 한 번의 경주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 등 차량의 모든 부분을 다 규제하고 있다. 어쩌면 경기장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것보다, 이러한 규정을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F1의 진짜 싸움인 셈이다.

과거 무자비한 기술 경쟁을 벌이기로 이름 높았던 테크 보스 출신의 브라운은 “팀들은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각 팀에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규정집이 도착하면, 엔지니어들이 바로 달라붙어서 기술적 한계와 규정의 구멍을 찾아내느라 열을 올린다.


메르세데스 벤츠 프로젝트 원 수퍼카


메르세데스의 운전자 루이스 해밀튼과 팀장격인 토토 볼프.



2014년 규정집은 F1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엔진 사용을 의무화했다. 규정에 따르면 연료 소모량이 35% 감소한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할 것을 명시했다. 이러한 파워 유닛은 그들의 표현을 빌면 매우 첨단화된 것이었다. 가솔린 엔진 부분의 배기량은 1.6리터로 토요타 코롤라의 것보다도 작다. 그러나 이 엔진에 달린 작은 실린더 6개의 효율은 경이적이다. 이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합쳐지면,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이 나온다. 이 파워 유닛이 장착된 차량들은 엄청나게 빨라, 거의 모든 경기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의 데뷔에도 팬들은 감동을 받지 않았다. 어느 트위터 사용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올해 F1은 정말 재미없다. 귀가 멀 것 같던 V-8의 소음이 그립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쓴 글은 이렇다. “2014년 F1은 망했다. 하이브리드 V-6의 소리는 마치 폭스바겐 제타 같다.” 언론의 평도 잔인했다. AP 통신의 기사에서는 “새로운 F1의 소음을 들으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고 싶다”라는 말이 나왔다.

차량들의 소음은 지난 3년간 개선되었으나, 일부 사람들은 이조차도 불만족스러워했다. 현재 F1 규정집 작성팀에서 일하는 브라운은 두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F1을 전동화 하느냐, 가솔린화 하느냐의 선택이었다. 전동화한다면 분명 전기 자동차 연구 개발에 큰 이익이 따른다. 가솔린화한다면 엄청난 소음을 즐길 수 있다.

브라운은 엔진 소음 쪽을 선택했다.

브라운은 “F1 경주는 그 어떤 것보다도 먼저 보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F1을 정의하는 요인들을 하나씩 말하면서 그 때마다 탁자를 두들겨 소리를 냈다. “경주, 운전자, 역사, 소음, 냄새, 분위기.”

브라운과 동료들이 작성하고 있는 FIA의 다음 규정집은 경기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데 주안점이 주어졌다. 이 규정은 2021년부터 발효되며 V-6 하이브리드 파워 유니트의 연료 유량을 늘려 더 높은 회전수와 더 큰 소음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엔진에서 에너지를 회수하여 파워 유니트의 효율과 소음을 줄이는 기기를 없앨 가능성도 있다.

친환경을 추구하지 않기로 한 이러한 결정은 철저히 사업가적 관점에서 내려진 것이다. F1은 비싼 스포츠다. 그리고 브라운은 팬이 없는 스포츠 팀에 연간 2억 5천만 달러를 선뜻 내 줄 기업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F1이라는 마술 쇼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제작사 또는 기술 협력사들의 투자 덕택이다.”

세계 챔피언을 4번이나 탄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전무인 토토 볼프도 이에 동의한다. “F1은 강렬한 청각적 및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는 스포츠다. 팬들은 달리는 경주용 차를 보고 그 엄청난 속도와 커다란 소음에 놀랄 필요가 있다.”

볼프는 메르세데스 벤츠 사의 간부다. 그의 공식 직함은 메르세데스 벤츠 모터스포츠의 전무 겸 부장이다. 그의 회사는 1년에 최대 2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공개 거래 기업이다. 그의 임무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F1팀이 얻은 기술적 성과를 실용적으로 응용하는 것도 있다.

2017년 하반기, 메르세데스는 ‘프로젝트 원’을 출시했다. 일반도로주행이 가능한 F1 경주용차였다. 파워 유니트 개발을 지휘한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구동열 담당 상무이사인 앤디 코웰은 “후륜축에는 경주용 F1과 동일한 파워 유니트가 연결되어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배출물 관련 법규에 맞추기 위해 배기 시스템에 후가공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가솔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튜닝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직접 기술 이전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부분은 동네의 자동차 대리점에서 프로젝트 원을 볼 수 없다. 프로젝트 원의 단가는 280만 달러. 메르세데스는 생산된 275대를 발매 당일에 완매했다.

적어도 오늘날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까운 미래의 고속 자동차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솔린을 사용하고, 이미 20년이나 도로 주행을 했다. 장차 탄화수소를 연료



로 사용하는 차량은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장차 대중들에게 널리 사용될 차량은 포뮬라 E와 전기 자동차라는 게 중론이다.


출발! : 미국 그랑프리의 첫 번째 턴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경기 선수들.



볼프는 “모든 사람들이 전기 자동차의 약속을 믿는 것은, 테슬라가 그 약속을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순수 전기 자동차로 이익을 1달러라도 본 자동차 회사는 없다”고 독일식 영어 발음으로 평소보다 더 크게 말했다.

어쩌면 그는 그저 신경과민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그의 수석 운전자인 루이스 해밀튼이 1,000마력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미국 그랑프리 대회에 나섰다. 그 대회 때문에 볼프는 주말에 오스틴에 갔다. 선수들을 응원해주는 것 외에도 그가 할 일은 많았다. 이 대회에서 이기면 메르세데스에는 세계 챔피언십이 주어지며 상금도 1억 5천만 달러나 받게 된다. 신경이 쓰이는 날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볼프는 전기자동차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도로주행용 차량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미래의 주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될 것이다. 우선 도시에서는 완전 전기 자동차가 달릴 것이고, 도시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달릴 것이다. 그러나 2030년까지 전기 자동차의 보급률이 25%가 넘어설지는 의심스럽다.”

그래도 메르세데스는 2019년에 포뮬러 E에 참가할 예정이다. 볼프는 “우리 회사의 도로주행용 차량들이 전동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일견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메르세데스는 최근 도시형 전기 자동차 라인업 ‘EQ’을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홍보하기위해서는 자동차 경주 시리즈도 필요하다. 볼프는 “마케팅 측면에서 흥미가 있다.”고 말한다. 필자가 그에게 포뮬라 E 기술이 메르세데스의 전기 자동차 기술 혁신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주었느냐고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분명히 대답했다. “아직은 아니다.”

그것은 포뮬라 E의 규정이 매우 빡빡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은 바퀴를 돌리는 구동렬은 손볼 수 있다. 그것은 큰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팀이 사용하는 차대는 똑같다. 차대는 차량을 다루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배터리도 똑같다. 내연기관과는 달리,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품이다. 바로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는 기꺼이 출발선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의 포뮬라 E 배터리 팩은 50분 동안의 경주를 버티지 못한다. 그 무게는 200kg에 달한다. 경기 도중에 교체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e프리 경기 중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경주용차가 피트에 들어가면, 운전자가 5점 안전벨트를 벗고, 직접 운전대를 제거한 다음에 차에서 내린다. 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완충된 다른 차에 오른다. 팀원들이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새 차에 운전대를 장착해 주면 진공청소기 같은 소음을 일으키면서 달려 나가는 것이다.

피트 스톱 시간은 약 40초 정도다. 그 시간 내에 안전벨트를 풀고 차를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정말 지겹고 짜증나는 일이다. 왜 회사에서는 경주를 다 끝마칠 수도 없는 경주용차를 원하는 것일까? 볼프도 “배터리 때문에 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맥라렌 응용 기술 사(MAT)의 최고 기술 담당관인 딕 글로버는 “현재의 규정은 차량의 항속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맥라렌은 지난 1960년대부터 F1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응용 기술 사업부를 통해 모든 F1 팀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MAT는 포뮬라 E의 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할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 새 배터리가 나온 미래를 상상해 보라. 그 시기는 아마도 2019년이 될 것이다. 메르세데스가 포뮬라 E에 참가하려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포르쉐도 2019년에 포뮬라 E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리프’를 생산하는 닛산도 2018년부터 참가할 것이다. 이 새 팀들은 포뮬라 E를 오늘날의 F1과 마찬가지인 기술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F1을 능가하는 차세대 첨단기술 연구개발의 장으로까지 만들지도 모른다.

브라운은 포뮬라 E를 “매우 비싼 알을 낳는 매우 빠른 닭”으로 비유하면서, 이것이 이 리그의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중의 인식과 입장권 판매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팀들이 많은 돈을 투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첨단 기술을 구사하지 않는다면, 이 전기 자동차 시리즈는 사람들을 모을 수도 없고, 돈을 모을 수도 없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매우 분명해 보이는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F1을 전동화 시키는 것이다. 워낙 유서 깊은 대회라 페라리 같은 메이커가 발을 빼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워낙 많은 팬들과 TV 방송이 있으므로, 멋진 경주용차를 만드는 데 드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은 쉽게 충당 가능하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때문에 DVD를 버리고, 휴대전화 때문에 유선전화를 버린 것처럼, F1의 기존 팬들도 소음 이외에 경기의 다른 측면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브라운은 “그런 변화는 앞으로 5~10년 이내에는 일어나리라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런 것을 용납 못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기만으로 F1의 엄청난 속도를 유지하면서 300km 구간을 달리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그는 그 외에도 자문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는 이것이다. “F1은 스포츠인데, 굳이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가?” 오늘날의 군대는 창으로 싸우지 않지만, 여전히 올림픽에는 창던지기 종목이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모든 자동차가 전기(심지어는 원자력이나 수소라도)로 달리게 되어도, 석유 연료로 움직이는 24대의 자동차가 경주를 벌인다고 이상할 건 없지 않은가? 볼프는 “교통은 편의를 위한 것이지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동차 경기는 위험과 기술이라는 요소가 있으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언하건대 교통과 자동차 경기가 똑같이 여겨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또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맥라렌의 글로버는 “과거에 세계는 비교적 균등했다. 그러나 미래에는 다를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동화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일부 국가는 현재와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차 도시 지역이나 전기화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 사용되는 F1 기술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기술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F1이 세계적인 스포츠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타당한 견해다.

오스틴에서 보냈던 그 일요일, 메인 이벤트에서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튼은 그리 훌륭한 스타트를 보여주지 못했고, 선두를 달리는 페라리 차량의 바로 뒤를 쫓았다.

그러나 5랩 후 해밀튼은 1.2km의 직선구간에서 시속 320km 이상의 속도를 냈다. 그리고 턴 12 그랜드스탠드 바로 앞에서 페라리를 추월, 선두에 올랐다. 그는 챔피언십을 획득했다. 관객들의 함성 말고는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 기술의 낙수 효과
F1의 속도 증대를 위해 개발된 혁신 기술은 일상 속 자동차들에도 쓰이고 있다.







탄소 섬유 ▶ 탄소와 수지를 단단하게 직조한 이 신소재는 1981년형 맥라렌을 시작으로 F1에 쓰이기 시작했다. 그 해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운전자 존 와트슨은 고속 주행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으나 생존했다. 항공우주 분야를 위해 만들어진 이 신소재의 역할이 컸다. 이 강하고 가벼운 소재는 오늘날 대다수 경주용차의 모든 부위에서 볼 수 있다.





디스크 브레이크 ▶ 구식 드럼 브레이크는 금속제 슈를 접시 모양의 하우징 양쪽으로 눌러 제동시킨다. 이 방식은 마찰열을 일으키는데, 이때 제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1951년형 브리티시 레이싱 모터스 타입 15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한 최초의 F1 차량이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작은 캘리퍼스 사이에 들어간 큰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대다수 양산차들은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있다.





타이어 기술 ▶ 경주에서는 타이어가 혹사된다. 모든 F1 타이어는 피렐리 사의 제품이다. 최신 제품인 P 제로의 도로에서의 미끄럼 마모 특성은 F1 타이어와 동일하다. 타이어 테두리에는 경화 소재를 사용하여 선회 시의 안정성을 높였고, 더 많은 석영을 사용하여 구름 저항을 줄이고 연비는 높였다.





연료 분사 ▶ 메르세데스 벤츠는 1954년형 F1 엔진에 더 많은 연료를 공급하고 싶었는데 캬뷰레터를 없애고, 대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에서 떼어낸 연료 분사 장치를 달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듬해 최초의 연료 분사식 양산차인 300SL이 출고되었다. 이 연료 분사 장치는 저가형 자동차에도 거의 모두 달려 있다.





순차 수동 변속기 ▶ F1 차량들은 1990년대부터 변속기 스틱이 없어졌다. 현재 표준으로 사용되는 반자동 변속 장치는 패들로 기어를 바꾸며, 클러치를 밟을 필요는 없다. 이 장치가 처음 나온 것은 1989년형 페라리 640 경주용차에서였으며, 2000년대 초반 토요타 MR2 같은 도로주행 가능한 경주용차들에 의해 처음 도로에도 등장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JOE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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