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647개 행정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가운데, 국정자원이 불과 1년 전 화재 상황을 가정해 대국민 행정서비스 중단 방지 훈련을 실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당국에 따르면 국정자원은 지난 2024년 9월 4일 대전 유성소방서와 합동으로 모의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해당 훈련은 화재 상황을 가정해 인명피해 최소화와 국민 행정서비스 중단 방지가 목적이었다. 당시 국정자원은 ▲화재 발생 시 대응 절차 실전 점검 ▲비상 통보 체계, 내부 연락망 점검 ▲전산 시스템 등 주요 자원 보호 ▲행정 서비스 중단 가능성 대비 등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자원은 매년 유성소방서와 함께 화재 대비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정부의 행정 서비스 정부24가 먹통이 되고 내부 행정망인 온나라시스템도 마비되는 등 실질적인 대응은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복되는 모의훈련이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193개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하는 등 핵심 과제인 ‘디지털 정부’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정작 안정성 확보라는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훈련을 진행하고도 실제 상황에서 손을 쓰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전국 행정시스템 ‘새올’ 먹통 사태 당시에도 이를 관리하던 국정자원은 사고발생 불과 2개월 전에 ‘2022 SK C&C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사례로 대규모 장애대응 합동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국정자원은 카카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당시 사고를 가정해 훈련까지 진행하고 “주요 노드가 파괴 시 다중 우회경로를 통해 타지역 노드로 서비스가 무중단, 안정적으로 전환됨으로써 대국민 서비스 및 행정업무의 연속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카카오 사고를 언급하며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홈택스, 국가종합전자조달 등을 3시간 이내에 정상화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만에 새올 시스템 먹통 사태를 겪은 국정자원은 장애 복구 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사고를 막지 못해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기관의 훈련이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매년 화재 관련 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아닌 ‘보여주기 식’ 훈련이 진행된 것 같다”며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국정자원의 경우 훈련을 할 때마다 실제 상황에 준하는 수준으로 진행을 했다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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