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첫 재판이 1시간 만에 종료됐다. 한 전 총리 측은 위증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전부 부인하면서 비상계엄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30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중계 신청을 재판부가 전날 허가하면서 촬영·중계됐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와, 헌법재판소 및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날 한 전 총리 측은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위증한 일부 사실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위증과 관련해 계엄 선포 당일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부분만 인정하며,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위증 부분에서도 일부 특정 발언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위증은 고의성을 다투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모두 다투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12·3 비상계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직접적인 의견은 변호인을 통해 말씀드리겠지만, 4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장경제와 신임도를 통해 국가가 발전한다고 생각했다”며 “계엄은 국가 발전 차원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예정됐던 대통령실 CCTV 증거조사는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애초 국가기밀에 해당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특검은 국민적 관심과 공정한 재판 보장을 위해 공개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영상이 3급 비밀이라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조차 제대로 열람하지 못했는데, 국민적 관심사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공개하는 것은 여론 재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후에 예정됐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도 10월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조 전 장관은 가족 관련 사유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13일로 정했다. 2차 공판에서는 대통령실 CCTV 증거조사와 서증조사에 이어, 오후에는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문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증인을 1명만 하면 오늘처럼 공판이 공전될 수 있다”며 “일정이 빡빡하더라도 여러 명을 신문하는 방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이 신청 증인을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기일 내에 소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추가 기일을 잡거나 증인신문을 핵심적으로만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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