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사고 3개월 뒤 기준시가를 적용해 증여세를 계산한 세무서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영민)는 A씨 등이 서초·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7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20년 4월 자녀 A씨 등 3명이 지배주주로 있는 회사에 경기도 광주시 소재 임야 1만 8070㎡를 약 40억 7300만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약 한 달 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다.
문제는 거래 후 약 3개월이 지난 2020년 7월 감정평가가 이뤄지면서 발생했다.. C감정평가법인은 토지의 ㎡당 단가를 40만 원, 전체 시가를 72억 8300만 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세무서들은 회사가 B씨로부터 토지를 저가에 양수했다고 보고, A씨에게 6억 6900만 원을 포함해 총 12억 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A씨 등은 “실제 거래 후 3개월 사이에 토지의 현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7월의 감정가를 4월 당시의 시가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감정은 은행 여신업무센터의 의뢰로 이뤄졌으며, 감정평가기준일은 매매계약일과 시간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는 당시 창고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토지를 매수했고 2019년 12월부터 공사가 진행됐다”며 “공사의 진행 경과에 비춰볼 때, 감정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는 진행 정도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이뤄진 2020년 4월과 토지감정이 진행된 2020년 7월 사이, 공사 진행률의 변화로 인해 토지 가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이 감정평가법인에 관련 사실을 조회한 결과 법인은 ‘공사 진행 정도에 변동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감정평가액도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2020년 4월 당시 해당 토지의 지목은 임야였지만, 7월에는 감정평가법인이 지목을 공장용지로 보고 감정을 진행했다”며 “이는 감정평가법인도 ‘토지 형질 변경하는 경우 감정평가액이 변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인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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