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음지에서 이뤄지던 문신 시술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종사자들이 합법적 시술 기반을 얻게 됐습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은 “문신사들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시술자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익 직역으로 제도적 인정을 받은 역사적 진전”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습니다. 다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와의 갈등 봉합은 향후 과제로 남았습니다.
‘의료행위’ 판결 33년 만에…'문신사법' 국회 본회의 통과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이 재석 202명 중 찬성 195명, 반대 0명, 기권 7명으로 의결됐다.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지 33년 만이다.
대법원은 지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문신사를 포함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에 따라 제한돼왔다. 문신사법을 발의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문신이 일반화돼 있었지만 모두 불법이었고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문신사법 통과로 문제가 해소돼 모두 안전하게 문신을 받을 수 있고 문신업 종사자는 합법적인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문신사법은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에게 문신 업소 개설 등록을 하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정안에 따라 ‘문신사’ 직업이 신설되며 문신사는 관련 자격시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문신업소는 문신사 자격이 있는 자만이 개설할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해 매년 위생·안전 관리 교육도 의무화했다. 다만, 문신사는 문신 시술은 할 수 있지만 문신 제거 시술은 할 수 없다. 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문신 시술도 금지된다. 문신사법은 공포 후 2년 뒤부터 시행된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은 “이제 문신사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위생을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임을 행동으로 입증할 것”이라며 “미성년자에 대한 시술은 절대 금지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협회 차원의 엄격한 감시와 퇴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갈등 봉합은 숙제…'윈윈' 전략 필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문신은 피부에 바늘을 찌르는 ‘침습행위’로 분류돼 비의료인의 시술은 불법으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문신과 반영구 화장이 대중화되면서 규제와 현실 사이 괴리가 커졌다. ‘불법 방치'보다 제도권 편입'을 통한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 입법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의료계는 여전히 감염병 전파, 부작용 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문신사법 발의 직전인 올해 1월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신 행위는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일 수밖에 없으며,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다고 해 위험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난립한 문신사 단체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충분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문신사의 문신 행위와 보수교육 등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문신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후에는 “문신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행위가 되려면 의협이 교육·관리를 맡아야 한다"며 “법 통과 이후에도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문신 시장은 2022년 기준 3조원 규모로 추정될 만큼 거대 시장이 됐다. 이번 입법을 통해 불법의 꼬리표는 뗐지만, 제도권에 순조롭게 안착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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