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의 부흥을 이끈 현대미술의 거장 고(故) 박서보(1931~2023) 화백의 삶과 예술이 자서전과 그래픽 노블(만화) 두 권의 책으로 되살아난다.
박서보재단은 박 화백의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래픽 노블 ‘박서보’로 구성된 세트를 이달 26일부터 국내 주요 서점과 전 세계 미술 전문 서점,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 발매한다고 24일 밝혔다.
‘박서보의 말’은 화백이 생전 집필해온 원고를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예술적 삶과 예술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그래픽 노블 ‘박서보’는 화백의 어린 시절부터 2023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를 드라마틱한 시각 언어로 풀어내 그의 인생과 철학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탈리아 출판사 스키라를 통해 발매되는 책은 해외 미술 애호가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글판·영문판이 동시 출간된다.
박 화백의 둘째 아들인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은 책 출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가을 문득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을 어떻게든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묻혀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단순한 깨달음과 함께 이왕이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아버지이자 예술가였던 박서보의 삶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쉽고 친숙한’ 이야기 방식을 궁리하다 떠올린 것이 그래픽 노블이다. 미술계와는 별다른 연이 없는 사이언스 카툰 작가인 조진호가 책을 완성했다. 박 이사장은 “‘박서보의 말’의 이야기 전개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만화라는 형식이 해결해줬다”며 “미술과 전문용어 등을 알지 못하더라도 박서보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작가가 바라본 아버지의 삶은 너무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백했다”며 “과장된 영웅담이 아니라 한 여자를 사랑한 남편이자 세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평생 일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로 완성된 것 같아 가족으로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박 화백이 남긴 작품의 아카이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전작의 도록도 제작 중이다. 4000점이 넘는 작품이 데이터베이스화됐고 경매 등 재단도 모르게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 소장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내년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박서보재단 옆 부지에 ‘박서보미술관 서울’을 개관할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이사장은 “박서보미술관 서울은 박서보뿐 아니라 후배 작가들이 연구와 전시를 꾸준히 이어가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