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제공, 청탁 등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그동안 세 차례나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달 16일 구속되자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 총재는 전날 5시간가량 이어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대기 중이었다. 곧바로 정식 입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구속기소)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한 총재 측은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불법 정치자금 등 공여자로 지목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 진술만을 근거로 인신을 구속하려는 시도는 부당하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2022년 2∼3월 자신을 찾아온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과,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한 총재 관련 다른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외부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명 규모의 국민의힘 당원 명단을 확보한 바 있다.
앞서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특검팀이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 총재에 이어 정 전 실장에 대한 심리를 맡은 정 부장판사는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대한 다툴 여지도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된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입장문을 내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