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내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만 해온 남성이 아내 사별 후 자녀들과 연락이 끊기자 부양료 청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공개된 남성 A씨의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슬하에 직장인 두 자녀를 두고 있다. A씨는 "그저 가장으로서 돈만 잘 벌어다 주면 된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만 했다, 아들과 딸의 학교 운동회나 졸업식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면서 "이는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 몫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녀들과 사이가 멀어진 A씨는 집에 자녀들과 함께 있으면 어색한 분위기만 흐를 뿐이었다. 자녀들이 사춘기에 들어서자 사이는 더 악화됐다. 아내가 대장암에 걸리자 자녀들은 가정에 무심한 A씨를 탓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아내는 세상을 등졌고, 자녀들은 집을 상속받으면서 각자 몫을 챙겼다. 그런데 상속 문제로 아버지인 A씨와 크게 다투게 됐고 이후 자녀와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A씨는 최근 병을 얻어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아이들에게 무심한 아빠였지만, 아내에게는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잔소리를 했을 뿐"이라며 "현재 수입이 끊겨 아이들에게 도와달라고 전화했는데 받지 않더라. 법적으로 도와달라고 할 수 있냐"고 상담을 청했다.
이에 이명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법률상 부양 의무가 있는 친족에게 부양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그 부양 의무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자녀들을 상대로 부양료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간 부양 의무, 부모와 성년 자녀 간 부양 의무가 있다"며 "성인 자녀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고도 경제적 여유가 있고, 부모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부모를 부양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A씨는 해당 사항을 입증하면 과거 관계가 나빴더라도 부양료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상속 재산 다툼으로 자녀들과 연을 끊고 지냈다는 사정은 부양료 액수를 정할 때 일부 참작될 수 있다"면서도 "법률상 부양 의무 자체를 소멸시키는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자녀들은 과거 갈등을 이유로 부양 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 법원은 각 자녀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분담해야 할 부양료를 정한다. 두 자녀의 경제적 능력이 다르면 부양료 부담 비율도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부양료는 청구할 수 없다. 부양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시점부터 발생한 부양료만 예외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며 "A씨의 경우 자녀들에게 '도와달라'고 연락한 시점부터 부양 의무 이행을 청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양료 관련 가족 간 갈등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2008년 부양료 소송은 162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270건으로 약 60%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2184건의 부양료 소송이 진행됐고 이중 518건은 부양료 지급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가족 부양에 대한 도덕적 의무 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6명은 부모님의 노후를 가족 뿐만 아니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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