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첨단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투자 확대 의욕을 나타내며 한국과 일본의 인공지능(AI)·반도체 협력 강화 등 경제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2일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AI가 확산하며 데이터센터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 큰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일본 NTT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IOWN’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협력 사례가 있다. 최 회장은 “일본에 투자할 의지는 분명하다” 면서도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공동체에 대해 "사회적 비용이나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표준을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가 되는 등 시너지가 생긴다"며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권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서는 "그것도 좋지만, 일본과는 느슨한 경제 연대가 아닌, EU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민간 차원의 협력이 국가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일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 개최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올들어 EU식 한일 경제공동체 구성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지만 양국간 역사나 영토 문제를 둘러싼 불신의 골이 깊어 논의가 진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AI와 관련한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선 “대화형 AI 서비스가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자율형)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고, AI 생태계 활동도 늘어날 것”이라며 “HBM(광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AI 액셀러레이터 시장도 확대될 것이고,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000660)가 약 4조원을 투입한 일본의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키옥시아와 협업 의사도 강하게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금은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을 통해 간접 출자하는 상황인데 일본 증시 상장도 잘 돼 기업 가치가 오르고 있어 구도가 바뀌면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키옥시아를 고리로 한 일본 반도체 기업 인수 및 투자 확대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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