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마주 앉는다. 미중 정상이 만나는 것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이다. 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도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APEC에 맞춰 미중 무역 협상의 타결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APEC 정상회의 무대가 세계가 주목할 올해 최대의 외교 이벤트로 급부상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하며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과 만나고 내년 초에 중국을 방문한 뒤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적었다. 통화는 2시간여 진행됐다. 시 주석도 “미중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양측이 상호 번영과 윈윈 협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양국의 틱톡 매각건이 급진전되면서 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환영할 일이기에 최대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올 11월 10일로 임박한 만큼 경주 APEC이 사실상 미중 합의의 발표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각국 간 양자·다자 회담이 봇물을 이룰 APEC을 앞두고 한미 간 관세 협상도 속도를 낼 개연성이 있다. 만약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미중 간 합의를 후속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 측 역할에 최선을 다하되 (미중 간) 여전히 관세·펜타닐 등에 이견이 적지 않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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