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오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고율 관세로 압박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진 중국이 금새 굴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선전이 이어지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양상이라고 내다봤다.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학교 미국학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한 패널 토론에서 "중국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 카드를 사용하면 금새 항복할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 내 주류 시각"이라며 "미국은 상황을 오판했고 중국과의 대립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신보 소장은 지난해 미국 정치인과 기업 임원들을 만나기 위해 부처 전문가 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 대부분 상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무역 대부분을 중단시키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양국 간 협상은 교착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국과 매일 협상을 하고 있다"며 분쟁이 곧 해결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중국 당국은 "관세 협상은 없었다"고 이를 즉각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시 "그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고 얘기를 꺼냈고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또다시 "결코 관세 문제에 대한 협상이나 담판을 진행한 바 없다,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선 안 된다"고 재차 부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회담 시작 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의 경멸적 발언을 자제시키고, 회담 담당자를 지명해 무역 규제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길 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 대응 방안에 대한 긴급 회의를 베이징에서 소집했다. 상무부는 무역 마찰이 '고강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자신감과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무역 갈등으로 인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나 이날 열린 월례 회의에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1분기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조치를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우신보 소장은 "중국은 끝까지 미국과 맞서기로 결정했다"며 "시간은 중국 편이고, 싸울지 말지는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흘리는 가운데 중국은 협상 테이블에 서둘러 앉을 의사가 없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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