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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의 부동산 TMI] <8> '국민주택규모'가 85㎡인 이유

50년전 4인가족 기준 지정 '說'만 무성

1·2인 가구 늘며 '면적 축소' 목소리도

/그래픽=진동영기자




방3개·거실·욕실로 구성

4인에 알맞은 규모로 판단

70년대 주촉법 제정때 지정

선진국보다 면적·방 수 적어

일각에선 상향 주장도 제기

100㎡ vs 59㎡ 공방 팽팽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의 최대 면적은 얼마일까요. 답은 전용면적 85㎡, 즉 25.7평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서 가점제 100%가 적용되는 면적 기준도 역시 85㎡ 이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최대 규모도 85㎡ 입니다. 그렇다면 신혼부부 기준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주택 면적 기준은 뭘까요. 이변은 없습니다. 85㎡ 이하입니다. 이렇듯 85㎡는 우리나라 주택 정책의 기준이 되는 면적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국민주택규모’입니다. 어쩌면 한국인의 주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이 기준.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정한 것일까요?

◇ 국민주택 85㎡인 이유…‘썰’만 남아있을 뿐



:국민주택규모가 정해진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3년입니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주촉법)을 제정하면서 국민주택 단위 규모를 85㎡로 지정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 지역은 약간 더 넓은 100㎡를 국민주택규모로 인정합니다. 주촉법은 200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국민주택규모=85㎡’라는 공식은 지금까지 무려 5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85㎡가 국민주택규모가 된 것일까요. 아쉽게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주택업계에서 수십 년간 몸담은 전문가도 “그걸 아는 사람은 아마 이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김덕례 연구실장 역시 “85㎡가 국민주택규모가 된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않다”며 “다만 당시 일반적이었던 4인 가족이 살기에 방 3개에 거실과 화장실로 구성된 85㎡ 정도가 알맞다는 판단하에 임의로 정한 것이라는 설만 남아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래도 주택 통계나 연구 자료가 많지 않은 시기였기에, 이러한 설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 주담대부터 공공주택 공급까지 무한 영향력

:전문가들의 전언대로라면 국민주택규모 85㎡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84㎡나 90㎡로 했더라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85㎡를 법적 기준으로 삼았기에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공공주택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주택은 그냥 다 ‘85㎡ 이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국민주택규모 이하로 공공주택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데요, 판교 등에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며 중대형 평형도 지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례적인 공급이었을 뿐 이후 중대형 공공주택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2014년 분양한 세곡2지구를 마지막으로 85㎡를 초과하는 공공주택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 SH가 분양했던 세곡2지구 8단지에서는 101㎡ 36가구, 114㎡ 19가구가 공급됐다고 하네요. 2018년 9·13 대책 이후부터는 민간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국민주택규모가 중요해졌습니다.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전용 85㎡ 이하를 100% 가점제로 분양토록 했기 때문입니다. 85㎡를 초과하는 물량의 절반만을 추첨 방식으로 분양할 수 있습니다.

◇“100㎡로 늘리자” vs “59㎡로 줄이자” 규모 공방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기에, 국민주택규모를 시대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제 수준의 향상에 따라 국민주택규모를 100㎡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주택 한 가구당 평균 면적과 방 수는 선진국에 비해 작습니다. 조금 오래된 기준이기는 하지만, 2005년 기준 한국의 가구 당 평균 면적은 83.7㎡였던 것에 비해 비슷한 시기 일본은 94.9㎡, 프랑스는 118.5㎡ 독일 114.6㎡에 달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이와는 정 반대의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주택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4인 가족 기준의 국민주택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무려 50년 간 불변의 원칙이었던 국민주택규모 85㎡가 바뀌는 날이 과연 올지 궁금해집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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