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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업생산 4.4% 쇼크…리커창 "6% 성장 어렵다"
국제 경제·마켓 2019.09.16 17:47:37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경제가 6%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올해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중국 내외의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 총리가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관련기사 3면 리 총리는 16일 공개된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불확실한 국제상황에서 중국 같은 거대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6% 이상의 고속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리 총리가 6% 성장의 어려움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서열 4위인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지난 5월 ‘성장률이 5%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당시는 전면적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전망이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도 우울한 경제지표를 쏟아냈다. 8월 산업생산은 시장 전망(5.2%)을 크게 밑돈 4.4% 증가에 그쳐 17넌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시장에서는 리 총리가 “중국 정부는 위험과 도전을 극복하고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과 능력을 가졌다”고 강조한 점을 들어 중국이 조만간 시중금리 인하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m@@sedaily.com -
소매판매·투자도 잿빛..."中 하반기 성장률 5%대로 추락할수도"
국제 경제·마켓 2019.09.16 17:44:17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경제성장률 ‘바오류(保六·6% 이상)’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 경제지표가 더욱 나빠지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책임진 총리까지 이 같은 전망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 리커창 총리의 언급은 바오류 실패로 인한 대내외 충격을 다소 줄이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할 경우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우울한 경제지표 세 가지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우선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2년 2월(2.7%)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예상치(5.2%)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 정부의 올해 산업생산 증가율 관리 목표는 5.5∼6.0%다. 올 1∼8월 산업생산 누적 증가율은 5.6%로 아직은 목표 범위에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산업생산 증가율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치 달성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무역전쟁과 소비지출 감소 충격 속에서 경제가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표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7.5%에 그쳐 전달(7.6%)과 시장 예상치(7.9%)보다 모두 낮았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견인 효과가 가장 큰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5.5%에 그쳐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중국 중앙정부가 각 지방에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인프라 투자를 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무역전쟁의 충격 속에 생산이 감소하고 소비심리도 악화하는 가운데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 대책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바오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최악인 6.2%까지 떨어져 올해 경제성장률 마지노선인 6.0%에 근접한 상황이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5%대로의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앞서 9일 글로벌경제전망(GEO)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낮췄다. 상반기 성장률이 6.3%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5.9% 성장을 예측한 셈이다. 피치는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6.0%에서 5.7%로 하향 조정했다. 리 총리가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같이 거대한 규모의 경제가 6% 이상의 고속성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하강에 직면한 중국 정부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올해 인프라 투자와 감세로 4조위안을 쏟아붓고 있는 데 더해 이날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총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한 것도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가 이뤄지는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이어 이달 중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금융 리스크를 ‘회색 코뿔소’라고 언급하는 등 부채 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결국 또다시 돈풀기에 나서고 있는 데는 미래의 부채 문제를 감수해서라도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다급함이 묻어난다. 특히 오는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과 10월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경기악화 소식으로 중국 지도부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국가적 중대 행사인 건국절을 의식해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하고서도 미중 무역전쟁 조기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미국이 지적한 불공정 제도·관행을 일부 고치는 쪽으로 10월 고위급 무역협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악화로 중국의 약점이 노출된다면 미국이 협상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도 모든 이슈의 일괄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더릭 뉴먼 HSBC홀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부딪힌 위험이 다양하고, 또 커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된다고 해도 경기둔화를 쉽게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中 성장률 1%P 하락하면 韓도 0.5%P 떨어져
경제 · 금융 정책 2019.09.16 17:38:34지난 8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다.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사들여 완제품으로 만든 후 전 세계에 수출하는 형태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향후 6%대 경제성장마저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무역갈등, 일본과의 무역보복전, 글로벌 반도체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이 9개월째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중국발 악재는 수출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중국 경기 흐름에 민감한 이유는 높은 수출 의존도에 있다.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사실상 외발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36% 수준이다. 16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6.8%가 중국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80% 가까이가 중간재다. 중국해관총서 자료 기준으로 중국은 지난해 총 2조1,171억달러어치를 각국에서 수입했는데 한국에서 들여온 것이 2,043억달러에 이른다. 비중으로 따지면 9.7%로, 일본(1,803억달러·8.5%)과 대만(1,771억달러·8.4%), 미국(1,535억달러·7.3%)에 크게 앞선다. 이러한 현상은 2013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안이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수출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싱가포르(-0.7%포인트)와 인도네시아(-0.6%포인트)에 이어 주요국 중 영향이 세 번째로 크다. 이미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악영향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후 올 8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6월 24.5% 급감한 것을 저점으로 7월(-16.6%) 소폭 회복하기는 했지만 8월 감소폭도 21.4%에 이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전체 수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8월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3% 급감했다. 한 전문가는 “연말까지 수출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해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대처방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산 중간재가 중국 이외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중국 시장 위축을 다른 지역 수출로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다가올 상황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中 8월 공업생산 4.4% 증가…17년來 최저
국제 경제·마켓 2019.09.16 11:19:14중국의 8월 공업생산이 1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공업생산 증가율은 4.4%를 기록하면서 전달(4.8% 증가) 수치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2년 2월(2.7%)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시장 예상치(5.2%)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8월까지 누적 공업생산 증가율은 5.6%에 그쳤다. 중국의 올 한해 공업생산 증가율 관리 목표는 5.5∼6.0%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中, 무역협상 앞두고 유화책…美 16개 품목 추가관세 면제
국제 경제·마켓 2019.09.11 14:13:29중국이 현재 고율관세를 적용받는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16개 상품의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중국이 10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잇따라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자국 기업들로부터 받은 면제신청을 검토한 결과 사료용 유청, 농약, 윤활유 등 16개 품목을 지난해 7월 부과한 25% 추가 관세(1차)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내년 9월16일까지 1년간 유효하다. 중국은 관세면제 품목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관세 면제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앞둔 선의의 표시”라며 “미국은 중국의 진실성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는 관변학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다음달 무역협상에서 미국 농산물 추가 구매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이 추가적인 시장접근권과 지식재산권 보호방안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보조금이나 산업정책, 국영기업 개혁 등에는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인들을 향한 설득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등 미 재계 인사들과 만나 “중국은 대외개방의 문을 점점 더 활짝 열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상호존중 속에서 윈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전날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RQFII)의 중국 주식 투자한도 제한 철폐를 발표하면서 지원사격을 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1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서 “우리가 위대한 결과를 얻으려면 과정이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중국은 위험한 경쟁자”라고 경고하는 등 내부의 우려도 여전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2> 쇼핑몰·식당 심야까지 연장 운영...내수 부양 '등불' 켜다
국제 경제·마켓 2019.09.10 17:41:21#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대표 쇼핑몰 타이구리(太古裏)는 밤10시가 넘도록 인산인해를 이뤘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유명 식당과 주점 앞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매장은 고객들로 북적였다. 중국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적어도 이곳 경기에는 찬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쇼핑몰 안의 서점 ‘페이지원’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최근 싼리툰이 더 밝아지고 편의시설도 많아져 자주 찾게 됐다”고 했다. 싼리툰의 활성화는 베이징시가 지난 7월 내놓은 ‘야간경제 발전과 소비촉진 조치’ 계획에 따른 것이다. 베이징시는 야간경제를 활성화해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이 계획에 담았다. 공무원이나 기관·업계 인사를 ‘장등인(掌燈人·등불을 든 사람)’으로 선정해 지역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입안·실천·홍보 등을 맡기고 대중교통수단 운행시간과 박물관·운동시설·관광시설의 운영시간을 연장했다. 쇼핑몰 등 각 상권이 벌이는 행사를 지원하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야간순찰도 강화했다. 쑨야오 베이징시 상무국 부국장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장등인’이 지역의 야간경제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밤 풍경이 바뀌고 있다. 내수경기 둔화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영업시간 연장 등 지원책을 내놓고 볼거리를 마련하면서 야간소비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무기로 야간경제를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주민들에 대한 관리·통제를 기본으로 하는 중국 사회주의체제 자체가 소비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당국의 노림수대로 야간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야간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기존의 도시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통상 중국의 가게들은 저녁 일찍 문을 닫는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밤9~10시에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영업을 마친다. 야간에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도 많지 않다. 베이징 내 쇼핑몰은 싼리툰이나 시단·왕푸징 등에 제한적으로 있을 뿐이고 시설도 한국 등에 비하면 열악하다. 주요2개국(G2)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수도이자 인구 2,000만명이 밀집한 도시인 베이징이 이런 정도니 지방으로 가면 밤거리 분위기는 더 썰렁하다. 중국 경제의 기본 동력을 수출과 내수, 인프라 투자로 볼 경우 과거 경제성장의 중점이 수출과 인프라 투자에 놓였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국민들은 낮 동안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일찍 잠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수출이 정체된데다 부채 문제로 인프라 투자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내수소비를 통해 성장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낮에 소비할 시간이 없고 밤에는 소비할 시설이 없었다. 중국 정부가 야간경제에 눈을 뜬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야간경제’는 오후6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서비스 영업시간을 소위 ‘밤 시간대’로 확장한 경제개념을 일컫는다. 물론 정부가 개인에게 야간소비를 늘리라고 해서 시민들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간에 시간을 보내며 소비를 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교통수단과 안전 확보도 필수다. 문제점을 인식한 중국에서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산둥성 칭다오시가 2004년 야간경제 육성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중국의 대표적 맥주 도시인 칭다오는 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시·구 야간경제 발전 의견’을 내놓고 이를 통해 야시장·야간상점·야간문화활동 등에 대한 지원 규정을 정했다. 이어 2006년에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도시인 저장성 항저우가 ‘야간 오락활동 발전 보고’를 통해 야간에 이용할 관광시설을 지원했다. 다만 당시에는 이렇다 할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중국이 야간경제에 다시 관심을 가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허베이성이 ‘성·시 야간경제 발전 지도 의견’을 통해 관광특구를 만들면서다. 이후 허베이성 내 스자좡·탕산·바오딩시가 잇따라 관련 조례를 만들었고 2014년에는 충칭·닝보시가, 2017년에 난징·우시·시안시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고 경기둔화가 가시화하자 지방정부들은 종전처럼 단순하게 야시장이나 관광단지를 만들던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지난해 8월 쓰촨성 청두시가 ‘국제 소비도시 건설 행동 계획’ 조례를 만들면서 야간경제는 중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청두는 야간관광·소비시범구역을 지정하고 24시간 영업점을 지원하면서 내수소비를 끌어올리려 시도했다. 이후 톈진이 ‘야간경제 발전 의견’을, 산둥성 지난시와 장시성 난창시, 상하이시 등지에서 야간경제 발전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의 야간경제에 불을 붙였다. 특히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인 상하이시가 올 4월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 것은 야간경제 활성화의 전환점이 됐다. 상하이에서는 7월 중국 최초의 24시간 영화관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24시간 식당·주점·서점 등이 줄을 잇기 시작하면서 상하이 소비자들은 밤새도록 영화를 보며 즐기는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상하이시는 야간개장 박물관까지 만들었다. 정점을 찍은 것은 베이징이다. 베이징시는 산하 상무국·교통위원회 등 14개 부서가 합동으로 만든 ‘야간경제 발전과 소비촉진 조치’ 종합계획에 따라 ‘장등인’ 담당관제도를 운영하며 실적을 챙기도록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야간경제가 라오바이싱(중국 인민)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식당 영업시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야간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를 유도하려면 결국 ‘즐길 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베이징시가 2월에 이틀간 시도한 자금성의 야간개장은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자금성이 야간개장 당시 판매한 하루 3,000장의 입장권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성의 성공을 본보기 삼아 각 지방도시들도 문화유산에 대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표적 고대도시인 시안시가 이를 이어받아 도시성벽과 비림박물관 입장시간을 연장하고 유적을 배경으로 한 문화공연을 늘렸다. 지방정부에 이어 지난달 말에는 중국 국무원도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24시간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업을 장려하는 한편 야시장과 심야식당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야간경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중국 내수소비를 늘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소비증대에 박차를 가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주의체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1949년 이른바 ‘신중국’ 건국 이래 중국 공산당의 최대 목표는 ‘사회안정’이다. 말이 좋아 안정이지 이는 결국 시위나 집회 등을 통한 반정부 불만세력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대형 쇼핑몰 등 유통구조가 낙후된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경계하는 정책에 따라 국가가 운영하지 않는 대형시설의 건축과 유지를 제한해왔다는 것이다. 반면 알리바바나 징둥 등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는 것은 라오바이싱들이 서로 접촉할 필요가 없고 국가의 관리감시가 가능하다는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이것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국가적인 중요행사가 있을 때 진행되는 치안단속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도 중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인 10월1일을 앞두고 이미 몇 달 전부터 노래방이나 주점·나이트클럽 등 유흥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국가적 축제를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단속의 대상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본래 취지는 퇴폐업소 등을 단속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한다는 것이지만 경계가 모호해 결국 대부분의 야간업소가 타깃이 된다. 한쪽에서는 밤 소비를 늘리라고 독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억제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KTV(노래방) 업소 사장은 “중추절(한국의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줄곤 하지만 올해는 특히 심하다”며 “괜히 단속에 걸려 망신을 당할 수 있다면서 11월에나 오겠다는 단골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내수소비의 둔화는 공개된 경제지표가 말해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10%대를 넘던 월별 소비지출 증가율은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8%선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다시 소폭 반등했지만 하반기 들어 주춤하면서 7월 증가율은 7.6%까지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률 ‘바오류(保六·6% 이상)’를 확보하기 위한 소비증가율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8%를 밑도는 수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밤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수요는 여전히 약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
'D의 공포' 현실화…피치 "中, 내년 5%대 성장"
국제 경제·마켓 2019.09.10 17:23:18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잇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 대비 0.8% 하락했다. 이로써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달(-0.3%)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낙폭을 키웠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등의 경제 활력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로, PPI 하락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본격화하는 중국의 PPI 부진은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인한 중국 안팎의 수요감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생산자물가와는 달리 소비자물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품을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이날 같이 공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8% 상승해 중국 정부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겼다. CPI 상승세는 돈육 가격이 46.7% 폭등한 영향이 컸다. 무역전쟁 장기화로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공개한 글로벌경제전망(GEO)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에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6.0%에서 5.7%로 끌어내렸다. 피치는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 완화정책이 나와도 내년 성장률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앞서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합의) 이행조치 분야에서 최소한 개념적 합의는 이뤄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중 협상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는 양측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커지는 中디플레 위협…8월 PPI 상승률 -0.8%
국제 경제·마켓 2019.09.10 11:12:40중국 생산자물가가 급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8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동기대비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PPI가 0.3% 하락해 2016년 8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이후 낙폭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원자재·중간재가격·제품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다.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PPI 상승률은 작년 중반까지는 4%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무역전쟁 본격화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면서 수요부진이 제품가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8%를 기록해 7월 상승률과 같았다. 블룸버그가 제시한 상승률 전망치 2.7% 보다 높았다. 최근 돈육 등 식품가격의 급상승에 크게 영향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위안화 가치 급락에도…中 8월 수출 1.0% 감소
국제 경제·마켓 2019.09.08 12:41:03중국의 지난 8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0% 줄어들었다. 최근 위안화 약세 추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율관세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출은 2,148억달러를 기록하며 작년동기대비 1.0% 감소했다. 이는 지난 7월 3.3% 증가한데 대해 하락반전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8월 예상치는 2.1% 증가였다. 수입은 1,799억7,0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지난 7월(5.3%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8월 대미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8.9% 감소했고 수입은 무려 27.5% 줄어들었다. 미국이 확대하고 있는 고율관세의 직격탄을 바로 받은 셈이다. 지난달 5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한 ‘포치(破七)’가 진행된 후 한달 만에 위안화가 4% 가까이 대폭 평가절하됐음에도 수출이 감소한 것은 그만큼 고율관세 영향이 받은 것으로 업계에서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中 닮아간다"…홍콩 23년만에 신용강등
국제 경제·마켓 2019.09.06 17:03:433개월째 반중국·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에 대해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6일 장기신용등급(IDR)을 ‘AA+’에서 ‘AA’로 1단계 내리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겼다. 훨씬 등급이 낮은 중국처럼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피치는 강등 사유로 “홍콩의 통치체계인 일국양제(一國兩制)가 느슨해져 중국과의 차별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 일국양제가 유명무실화되면서 홍콩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로 흡수되는 점이 이번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시위 과정에서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피치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로 인한 더 큰 제도·규정상의 난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전개는 홍콩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격차가 줄어드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신용등급은 수정된 홍콩의 등급보다 2단계 낮은 ‘A+’다. 시위 사태 장기화와 관련해 피치는 “홍콩 통치체계, 법치의 질적 수준과 효율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에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홍콩 기업환경의 안정성과 역동성에도 의문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시위로 인한 혼란까지 겹치면서 홍콩의 경제환경이 나빠졌다며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0%로 전망했다. 한편 송환법 철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화시위에 시달리는 홍콩 정부는 대대적인 글로벌 이미지 광고 캠페인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홍콩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철회’ 발표가 나온 직후 북미·유럽·호주·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홍콩의 매력을 알리는 광고 캠페인을 다음주까지 전개하기로 했다. 관련 광고는 이날 호주 경제전문지 ‘디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 리뷰’에 처음으로 실렸다. 광고는 “홍콩은 여전히 안전하고 개방돼 있으며 역동적이고 활기찬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평화롭고 이성적이고 합리적 방법으로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경기둔화 압박 받는 미중...10월 ‘딜’ 기대 커져
국제 경제·마켓 2019.09.06 15:38:53최근 고율 관세를 주고 받으며 긴장을 높여오던 치닫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음달 초 고위급 회담을 기점으로 딜(Deal·합의)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몰딜‘이라도 이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후시진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의 새로운 라운드를 열어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양측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발언은 내용을 전하며 무역전쟁 양상이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는 평가를 내놨다. 후 편집장은 미중 무역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속내를 대변하는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후 편집장이 말한 “실질적인 진전”은 전일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양측이 충분히 준비한 가운데 10월초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전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양국 무역 협상 대표 간 전화 통화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양국은 10월 초 워싱턴에서 1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하기로 시간표를 확정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중국과 미국 모두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협상 불가피론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고위급 협상에 앞서 이달 중순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리는 것도 작은 딜이라도 가능한 협상 의제 선정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 관리도 중국이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중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양측 누구도 다른 국가들로부터 글로벌 경기둔화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경제타격에 결국 백기…민주화 요구 확대로 정국혼란 지속될듯
국제 경제·마켓 2019.09.04 19:37:27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를 선언한 것은 3개월째 계속돼온 대규모 시위사태가 홍콩 경제에 초래한 타격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 인사들에 이어 홍콩 경제인들도 정부의 양보를 요구하는데다 홍콩에서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하자 결국 굴복한 것이다. 다만 이미 홍콩 사태가 송환법 차원을 넘어 반(反)중국·민주화 전반으로 확대된 상태라 당분간 정국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TV연설을 통해 “송환법이 불러일으킨 혼란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람 행정장관은 2주 전인 지난달 24일 홍콩의 정치인, 전직 고위관료 등 19명의 홍콩 유력인사들과 만나 시위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 절반이 넘는 참석자들이 송환법 공식 철회 등 시위대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을 촉구하자 마음을 굳혔다고 SCMP는 전했다.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대만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운동가나 반정부인사 등이 인도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반대시위가 격화하자 이 법안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했으나 시위대는 회피성 발언이라면서 시위 규모를 더욱 키워왔다. 2일부터는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돼 사흘째 이어졌다. 현재 경찰에 체포된 학생과 시민은 1,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람 행정장관의 굴복에는 시위로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고 자본의 해외이탈이 늘어난 가운데 홍콩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3%’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다. 중국의 불만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람 행정장관이 섣불리 송환법을 추진해 오히려 홍콩 내에서 반중 정서를 키웠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 정부가 람 행정장관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최근 사태가 일단락될 경우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송환법 철회 카드가 시위 사태를 당장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송환법에서 시작된 시위가 홍콩 민주화 전반에 대한 요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고 비난했다. 다른 시민들도 나머지 5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TV연설에서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 외에 다른 네 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갈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홍콩 시위가 반중국·민주화 운동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인근 광둥성 선전에 대규모 중국군 병력을 배치해놓은 상태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홍콩 사태와 무역협상을 연계해 중국이 무력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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