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3등분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이 이달 16일 뉴욕주에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자해 역대 최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자국산 HBM과 D램 생산을 늘려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자사 홈페이지에 “16일 오후 1시 뉴욕주 오논다가카운티에 대형 공장 착공식을 갖는다”며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역사상 최대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의 시작을 마이크론 경영진과 연방·주 지도자들과 함께 축하할 것”이라고 알렸다. 시러큐스대 국립재향군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착공식에는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의회, 뉴욕주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뉴욕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투자인 이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메모리반도체 제조의 본거지를 만들 것”이라며 “최대 4개의 공장을 갖출 이 시설은 현대 경제의 중심이 되는 AI 시스템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부지는 서울 여의도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2022년 10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24년 중반 착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만 쪽에 달하는 환경 검토에 막혀 일정이 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마이크론은 우선 3월 31일까지 해당 부지의 나무를 모두 벤 뒤 철도 지선 공사, 습지 평탄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의 지역 언론인 더포스트스탠더드의 온라인 플랫폼 시러큐스닷컴은 마이크론이 첫 공장을 2030년 가동하고 두 번째 공장은 그로부터 3년 뒤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45년 마지막 네 번째 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고용 인원은 9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흐로트라 CEO는 “글로벌 경제가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첨단 반도체 분야의 리더십은 혁신과 경제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투자와 진전은 미국 내 유일한 메모리 제조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공장 건설로 AI 반도체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당초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55억 달러(약 8조 원)의 세제 혜택을 약속받고 투자를 결정했다. 마이크론은 사업 발표 당시 “앞으로 10년간 미국산 최첨단 D램 생산량을 전 세계 생산량의 40%까지 늘리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 기준으로 마이크론의 지난해 3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21%로 SK하이닉스(57%), 삼성전자(22%)에 이은 3위다. 3분기 HBM을 포함한 D램 시장 전체 점유율은 SK하이닉스(34%), 삼성전자(33%), 마이크론(26%) 순이다. 만약 마이크론이 계획대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점유율을 40%로 늘릴 경우 세계 1위 업체로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과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해외 의존을 낮추고 자국 기업을 키우려고 하는 시도는 마이크론뿐만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바이든 행정부 때 약속한 보조금으로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지분 9.9%를 사들여 직접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AI 칩 부문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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