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시작된 '한방 난임치료'가 양한방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 한방 난임치료의 과학적 효과를 공개 검증하자는 의사단체의 요구에 한의사단체가 응수하면서 공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의료계 최대 앙숙인 양·한방 의사들이 한방 난임치료 지원을 놓고 모처럼만에 머리를 맞댈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7일 "과학적 검증 회피하는 한방 난임치료, 공청회 제안 거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를 공개 저격했다. 의협은 지난 3일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방 난임 지원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관해 의료계·한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한방 난임 치료의 유효성·안전성을 검증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에 직결되고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사안인 만큼, 의·한 양측이 동수로 참여해 한방 난임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한의협이 지난 5일 "한방 난임치료 검증은 이미 끝났다"고 반박하자, "공청회를 먼저 주장해 놓고 구체적인 일정, 방식, 참여 구성에 대한 어떠한 합의에도 응하지 않은 채 공청회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며 재차 공청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의협 한특위는 "명확한 근거가 있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연구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공공 재정 투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공청회에서 검증받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공청회는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 의·한 양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공정한 구조에 임신율·출산율이라는 임상적 결과를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가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복지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의학도 (난임) 처방이 있는 것 같던데 (건강)보험 처리가 되느냐”고 물은 데서 비롯됐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장관은 당시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고 (건보 지원을 위해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답해 한의사들의 공분을 샀다. 한의협은 업무보고 다음날 성명에서 "정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인적 의견을 밝혔다”며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복지부가 이미 발표한 한의약 난임치료 관련 자료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으로, 한의치료로 난임을 극복하고 있는 난임 부부와 한의계 전반을 폄훼했다는 것이다.
현재 난임 부부들은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할 때 자궁 기능 및 생식 기능 개선을 목표로 한약·약침 등 한방 치료를 받기도 한다. 경상북도 경주시 등 특정 지역 유명 한의원 앞에는 임신 성공률이 높다는 입소문을 타고 새벽 3시에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서울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한의약 난임치료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침에는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에게 한약 치료를, 인공수정 등 보조 생식술을 받은 여성에게 침·한약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의협은 "먼저 공청회 개최를 제안하거나 의협이 공식적으로 관련 협의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정부 주최 하에 한의약 난임치료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공론장이 마련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약 난임치료의 지원을 놓고 양·한방 의사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 공청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복지부가 현재로선 한방 난임 치료에 건보 급여 지원을 판단할 만한 표준화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청회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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