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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자 추가 유급휴가 거부한 기업… 法 “합리적 이유 없으면 보호조치 위반”

성희롱 피해 접수 후 유급휴가·상병휴직 부여

피해 직원, 유급휴가 추가 요청했으나 거부

중노위 ‘보호조치 위반’으로 구제신청 인용

1심 ‘사용자 재량권’ 인정해 사측 승소 판결

2심 “사측, 휴가 필요성 검토·면담 과정 없어”

이미지투데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추가 유급휴가를 요청했음에도 기업이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거부했다면 사용자의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 보호조치에는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와 치료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재판장 최항석)는 H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9일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H회사 소속 직원 A씨는 2022년 11월 임직원들로부터 지속적·반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며 회사에 신고했다. 회사는 보호조치로 1.5개월의 유급휴가와 6개월의 상병휴직을 부여했다. 문제는 이후 A씨가 추가 유급휴가를 요청하면서 발생했다. 회사는 내부 조사 결과 드러난 직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완료한 뒤 인사발령을 통해 A씨와 일부 가해자를 같은 부서에 배치했다. 이에 A씨는 회사에 ‘가해자와의 분리조치’와 ‘노동청 조사 완료시까지 추가 유급휴가 부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분리조치를 이행했으며 더 이상의 유급휴가는 필요하지 않다”며 출근을 요청했다.



A씨는 2023년 4월 “회사가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고, 법률이 정한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울산지노위는 이를 기각했으나 중노위는 “A씨의 정신과적 질환 등을 고려할 때 요청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적절한 보호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회사는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남녀고용평등법상 보호조치 의무에는 사용자에게 일정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법이 정한 조치 의무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의무의 구체적 내용으로 볼 수 있고, 사용자는 보호조치 선택에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른 방식으로 피해 근로자 보호가 달성된다면 유급휴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용자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치료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했다면, 유급휴가 거부의 정당성은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진단서와 소견서를 종합하면 A씨는 오랜 기간 업무 복귀가 어려운 정신적 질환 상태에 있었고, 회사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A씨의 추가 유급휴가 요청에 이메일로 ‘추가 유급휴가는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을 뿐, 유급휴가 필요성에 대한 검토나 상담·면담 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2심은 “6개월간의 상병휴직과 3개월 무급휴직으로 충분하다”는 회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병휴직은 업무 외 질병 또는 일반적 정신·신체 장애에 사용하는 제도”라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로 인한 정신적 조치는 사업주의 관리·감독권 하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급휴가와 달리 상병휴직은 급여가 절반 이하로 줄거나 무급이어서 피해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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