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은 출제자의 의도 파악에 집중하는 현 교육과 달리 자신만의 생각을 갖도록 훈련시킨다는 점에서, AI 시대에 가장 적합한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IB 전도사’로 알려진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문제풀이’에 최적화된 학생을 양산하는 현 교육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IB 도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 재단 ‘IB 본부’가 운영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으로 토론이나 발표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며 학생 본인의 생각이 담긴 논술형 시험을 통해 성취도를 평가하는 교육과정이다. 전세계 160여개국이 IB를 운영중이며 미국 하버드대나 MIT와 같은 주요 대학 또한 입시에서 IB 성적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또한 2011년 경기외고를 시작으로 도입 학교가 늘고 있다.
이 소장은 “AI 등장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내놓는 AI 특성상 질문의 창의성 여부로 활용도가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며 “결국 ‘질문의 수준이 그 사람 사고의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발굴력’이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이 ‘자신만의 생각’을 갖기 힘든 교육환경 하에서 자란 학생들은 향후 글로벌 인재들과의 경쟁에서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시업계에서는 IB가 서술 기반의 평가라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논술 시험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현재 국내에서 시행중인 논술은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 중요하며, 대학교 홈페이지에는 기출 논술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모범답안’까지 게시돼 있다는 점에서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객관식 문제”라며 “반면 IB는 학생 각각의 관점에서 완성도를 평가하며 본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존 논술과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IB 도입으로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있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일선 대학에서는 자연계 학생이 학습량이 적은 사회탐구 과목을 택하는 ‘사탐런’으로 자연계 대학 입학 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물리나 화학 과목을 수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소장은 “한국의 대학 입시 교육은 어느순간 학습부담 경감을 이유로 ‘더하기’가 아닌 ‘빼기’ 교육을 하고 있으며, 변별력 확보를 위한 ‘킬러문항’ 때문에 학생들은 문제풀이 요령을 배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반면 IB는 학습 범위가 일선 대학생이 배우는 수준 정도로 넓으며 줄세우기식 평가가 아닌 학생 개인의 관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교와 대학간의 학습역량 간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B가 도입된 농촌 지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2차 방정식과 2차 함수를 활용해 농약을 가장 효율적으로 살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 지역특화된 학습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며 “현재 지역별 교육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IB 교육이 확산되면 이 같은 문제 또한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IB 교육의 장점에 공감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지만, IB 교육을 이수할 경우 현행 대학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제주 표선고를 비롯해 IB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수능최저가 없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이른바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며 “IB 교육이 확산되고 대학들도 이들 학생을 뽑기 위한 전형을 확대한다면 특별히 불리한 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IB 도입시 또다른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IB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교육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창의적 학생 육성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이 짜여질 수밖에 없어 관련 부작용이 훨씬 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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