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이재명 정부가 첫 군 수뇌부 인사가 단행됐다. 합참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육군 지상작전사령관과 제2작전사령관 등 7명의 4성 장군이 모두 교체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3년 10월 4성 장군 7명을 모두 교체하는 군 수뇌부 인사 이후 약 2년 만에 물갈이 인사다.
국방부는 군 수뇌부 인사에 대해 “강력한 국방개혁을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우수한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며 “다양한 야전 경험과 탁월한 전투감각을 보유한 장군, 훌륭한 작전지휘 역량으로 군내 신망이 두터운 장군을 발탁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에 군이 가담하면서 국민적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으로 어느 때보다 군 쇄신과 내부 기강 확립 및 조직 안정화가 요구되는 엄중한 시점이다. 그 만큼 새롭게 교체되는 군 수뇌부에 면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특히 군정권을 갖고 육군과 해군, 공군을 이끌어 갈 3군 참모총장은 가장 주목되는 보직이다.
육군 참모총장에는 김규하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육사 47기)이, 해군 참모총장에는 강동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해사 46기)이, 공군 참모총장에는 손석락 공군 교육사령관(공사 40기)이 각각 임명된다.
이들 3군 참모총장은 취임 후 최근 ‘지휘서신 제1호’를 통해 자신의 지휘철학과 지휘 방침을 밝혔다. 3군 참모총장의 지휘서신은 임기 내 정책 구상이 담긴 메시지로 통상 취임 후 한 달 내 예하부대에 하달된다. 신임 3군의 수뇌부가 예하부대에 내려 보면 지휘서신을 통해 강조한 리더십 키워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김규하 육군총장은 ‘혁신적 소통’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체감 가능한 강한 육군, 신뢰 받는 육군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육군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창끝부대의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꼽았다. 인력 획득의 문제를 비롯해 육군이 안고 있는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는 게 김 총장의 철학이다.
자신부터 창끝부대의 여건 개선을 위해 육군 능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육군의 능력을 초과하는 사안은 국방부와 국회를 비롯한 다양한 협업 기관으로부터 지원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육군 구성원의 목소리를 부단히 경청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행정의 문턱으로 소통의 경직으로 육군 구성원이 더 이상 힘들어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대별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정도를 직간접으로 확인하고 그 성과가 우수한 부대와 지휘관에 대해서는 총장이 갖고 있는 권한 내에서 파격적인 포상을 통해 격려하고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장은 특히 알리는 소통 노력을 활발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전략적 소통의 우선순위를 육군 내부 구성원들에게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군의 안전문화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에 육군의 안전과 관련된 주기별 육본 안전점검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취약 요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다하며 육군의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육군 내부의 소통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육군의 변화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당장 국정감사에 제출할 국회보고 자료를 기존과는 현격하게 다르게 작성하고 이를 육군 전 구성원들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공간력 개선 추진 의지도 밝혔다. 공간력은 부대 구성원을 단결하게 하는 공간의 힘으로 육군본부에 ‘공간 개선’ 실무팀을 구성했다며 총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은 공간 속에서 살고 있고 있는데 공간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공간을 변화시키면 조직의 전투력도 증대된다는 게 김 총장의 생각이다.
강동길 해군총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가장 힘줘서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한 안정적 부대관리로 전우의 생명과 안전을 지킵시다.” 강 총장의 지휘서신 1호 제목이다. 최근 잇따른 군 사고에 대해 국민들이 엄중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국민의 믿음은 군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군 본연의 기본 임무에 충실할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라는 게 강 총장의 생각이다.
강 총장은 기본을 소홀히 하면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원칙에 충실하면 위기는 예방된다고 했다. 이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선제적인 사고 예방 활동 및 밝은 병영문화 조성 등 안정적 부대관리 노력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계획-실행-확인-점검’ 시스템을 충실히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안전 문제의 경우 최고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절대 양보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고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위험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는 방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행에 젖어 안전불감증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도 운용하는 사람 탓에 허점이 생겨 인재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강 총장의 진단이다.
강 총장은 부대별로 레드팀(Red-Team)을 운영해 선제적 위기 예방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면 확증 편향에 빠지고 이는 관성적 행동으로 이어져 주위에 위험을 초래하게 돼 이를 차단하겠는 것이다.
이에 참모들은 지휘관의 의도와 다르더라도 레드팀이 돼 의견을 제시하고 지휘관은 레드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각종 위험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서 대응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전우를 가족 대하듯 밝은 병영문화 조성에 함께 하자고 강 총장은 당부했다. 손자병법의 ‘부하를 사랑하는 자식처럼 대하면 함께 죽음을 무릅쓰고 전진할 수 있다’는 구절을 인용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이가 전우로 가족처럼 대하고 상호 존중의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손석락 공군총장은 ‘일하는 문화’ 개선을 최우선 추진하겠다고 단언했다. 일하는 문화 개선은 자신이 참모차장 재직 시절부터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 추동력을 갖고 적극 추진해 공군 조직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장 회의부터 각종 대면·비대면 보고 방식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바꿔 나가고 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서로 소통하며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게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총장은 대면 보고에 얽매이지 말고 전자메일이나 메모 보고 등의 비대면 보고를 적극 활용해 간단·명료하게 보고하는 업무보고 방식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간편보기로 출력해 분량을 1장으로 줄이고 보고 준비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보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달다고 했다.
공군 구성원 모두 솔직한 소통에 나설 줄 것을 특히 강조했다. 지휘관·참모든, 간부든, 병사든 힘들면 ‘힘들다’, 안 되면 ‘안 된다’, 모르면 ‘모른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못하는 조직은 작은 상처를 곪게 하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꼬이게 돼 반드시 부대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손 총장의 판단이다.
손 총장은 공군 전체 부대의 안전문화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공군은 올해 연속된 사고로 국민 신뢰를 잃고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경각심을 갖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군 기강이 바로 선 건강한 병영문화 조성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공군 구성원 간 가족같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갖자고 당부했다. 남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남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칭찬, 엄지 척(Thumbs Up) 하나가 동료에게 큰 힘이 돼 다정한 태도, 말 한마디가 공군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과도한 의전 자제도 당부했다. 총장 주관 행사는 부대 장병에게 부담을 부과하지 않고 불필요한 의전은 없도록 해 총장 만의 행사가 아니라 참석자 모두가 편안한 행사가 되도록 준비를 최소화 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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