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부동산 공급방안(9·7 대책)’에서 예고한 '임대주택 공개추첨 의무화'가 법안으로 정식 발의됐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가로 건설하는 임대주택을 일반 분양주택과 무작위로 섞어 배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어서 조합 반발 등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동·층·호수를 공개추첨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했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법 공포 후 6개월부터 시행된다.
이전까지 정비사업 현장은 조합원과 일반분양 가구에 좋은 위치·층을 먼저 배정한 후 임대주택을 비선호 동·층에 배치하곤 했다. 일각에서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고도 임대주택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2018년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용적률 완화로 제공되는 국민주택 규모 임대주택은 공개추첨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서울시 역시 2022년 ‘완전한 소셜믹스’ 정책을 실시해 동·층 분리 없는 임대주택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본궤도에 오른 서울의 한강변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임대주택 공개추첨’을 둘러싼 잡음이 거세졌다.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한강변 동과 고층에도 임대주택을 배치하라’는 요구에 조합원 반발이 빗발쳤다. 특히 강남구 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 조합은 공개추첨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적발, 현금 20억 원을 대신 기부채납하기로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9·7 대책’에서 공개추첨 규정을 법에 명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행 시행령에도 공개추첨 조항이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오자, 정부는 이번 법안을 통해 조항을 상위법에 명시하고 처벌 규정을 신설해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더 높은 용적률을 받기 위해 제공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분양주택과 무작위로 섞어 동·층을 배치해야만 사업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는 조합이 공공기여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만큼, 소셜믹스(사회 계층 간 통합)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미 시행 중인 소셜믹스 원칙을 강화한다는 명분도 있다. 임대주택 공급과정의 투명성도 높이고, 공개추첨을 통해 특혜나 불법 분양 논란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위치와 층수에 따라 자산 가치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조합원이 임대주택과 동일한 조건으로 추첨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괜히 임대주택과 임대세대에 대한 반감만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갈등이 커질 경우 오히려 사업이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는 그대로인데 해당 법이 시행되면 조합원 부담만 가중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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