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국 전역의 전력 도매가격이 치솟고 있다. 같은 전력망을 쓰는 가정과 상점의 부담이 커지면서 민원이 잇따르고, 각 주 정부와 규제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7개 주요 지역의 전력 도매가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메가와트시(MWh)당 평균 16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몰린 볼티모어(125%), 버펄로(197%), 콜럼버스(110%)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샌프란시스코와 미니애폴리스도 각각 65% 올랐으며, 일부 노드(node)는 5년 전보다 267%까지 뛰었다. 가격이 상승한 노드의 70% 이상은 데이터센터 반경 50마일(약 80km) 이내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동부 대형 전력망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PJM)은 데이터센터 개발이 급증한 여파로, 2024년 6월부터 1년 동안 일리노이주에서 워싱턴DC에 이르는 관할 지역 소비자 부담이 93억달러(한화 약 12조 8000억원)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볼티모어에서는 최근 용량요금 경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평균 전기요금이 월 17달러(한화 2만 3900원) 올랐고, 2026년 중반부터는 최대 4달러(한화 5600)가 추가로 인상될 전망이다. 전기료 불만이 쏟아지자 메릴랜드주는 민원 전담 직원을 늘려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도 이와 관련해 “PJM 지역 전력 입찰가가 최근 메가와트-데이당 329달러(한화 46만 2500 원)까지 치솟아 2년 전보다 1000% 가까이 급등했다”며 “향후 5년 내 가정과 상업시설 전기요금이 30∼60%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앞으로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2035년이 되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만 하나의 ‘국가’로 가정할 경우, 중국·미국·인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전기를 많이 쓰는 셈이다. 미국만 놓고 봐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전체 전력 수요의 약 9%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는 1960년대 에어컨 보급 이래 가장 큰 폭의 수요 증가”라며 “노후 전력망 교체와 기후 변화 대응까지 맞물리며 소비자 부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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