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약 4조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산학연 협력 기반 특성화연구대학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0일 지방 거점국립대 총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가균형 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향’을 공개했다.
교육부 발표안에 따르면 정부는 9개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학부·대학원·연구소’를 하나로 묶어 지원하는 한편 기업·출연연구기관·과학기술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학부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초 역량 교육 △글로벌 교육 △기업 현장 밀착형 교육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교육체계 혁신에 나선다.
최 장관은 이날 “9개 지방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지방대학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역 곳곳에 우수 대학을 육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한편 국가 균형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제안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전국에 분포한 거점국립대를 수도권 대학과 차별화된 이른바 ‘특성화연구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거점국립대에 우수 인재를 대거 유치하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경제·산업 역량을 끌어올려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일단 거점국립대에 2030년까지 5년간 추가로 총 4조원 이상을 투자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연간 약 6000만원)까지 이르게 할 계획이다. 현재 거점국립대 학생의 평균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의 40% 수준이다. 교육부는 재정 마련을 위해 올해 말 종료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를 5년 연장하고, 교육세 개편 방안과 연계해 재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 재정 확보에 기반해 각 대학은 ‘5극3특 성장 엔진’ 전략산업과 관련된 특성화 분야 학부·대학원·연구소를 하나의 독립 패키지로 육성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과 규제 특례 등의 패키지 정책도 마련했다.
예를 들어 거점국립대 학부에서 양성된 현장 실무형 인재가 거점국립대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기업과 출연연이 연계돼 설립된 특성화 연구소에서 이들과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특성화 연구소는 기술 검증, 제품화 연구, 인증 평가 기업 위탁 연구 등을 담당하며 특성화연구대학 대학원생 대상의 교육 또한 맡아 거점국립대 육성 전략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와 출연연 및 기업 간 협력에 기반한 ‘미래융합대학원’ 외에 집적화된 ‘융합기술원’ 등을 구축해 거점국립대의 연구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대학 교원이 산업체 직원을 겸직할 경우 근무시간과 보수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교원 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교육부가 예시로 든 서울대의 경우 겸직 교원으로 임용한 구글 리서치 엔지니어의 근무시간을 나눠 낮에는 서울대 교수로, 밤에는 구글 직원으로 각각 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과 손잡고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확대에도 나선다. 성균관대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고 싶은 지방 대학’의 첫 번째 요건으로 ‘안정된 취업과 진로 보장의 통로가 되는 대학’을 꼽은 만큼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거점국립대 인재 유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학부 교육 또한 시장 수요에 맞게 대거 개편한다. 기본 커리큘럼에 인공지능(AI) 기본 교육을 넣는 한편 해외 우수 대학과의 학점 교류 및 공동·복수학위제, 글로벌 인턴십 등 글로벌 학습 경험 기회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여타 지방대학과의 공동 성장을 위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RISE)’ 체계를 활용해 거점국립대의 교육과정과 연구 장비 및 인프라 등을 인근 지방대와 공유하도록 했다.
한편 교육부는 간담회에서 공개한 사안을 바탕으로 연내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이날 “오는 12월까지 구체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각 대학들도 철저히 준비해서 내년부터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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