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 긴급 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국민연금 실버론’이 3년 연속 예산의 조기 소진으로 중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작 정부가 예산을 줄이면서 7개월 만에 사업이 끝났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버론은 2023~2025년 3년 연속 예산 조기 소진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백 의원은 “예산 부족으로 도중에 실버론 대출이 막히면 고령층이 의지할 곳은 고금리 대부업이나 신용대출”이라며 “정부는 안정적인 예산 편성을 통해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버론은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연금 수급권을 담보로 저리(올해 3분기 2.51%)에 긴급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최근 5년간 대출금 용도의 60~70%는 전월세 보증금, 약 30%는 의료비로 집계되는 등 저소득 노인의 마지막 생존줄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3년간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3년 실버론 예산으로 447억 원을 편성했으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11월 조기 소진됐다. 그럼에도 이듬해 예산을 422억 원으로 줄여 잡았고 9월 소진돼 또다시 사업이 중단됐다. 결국 42억여 원을 증액해 12월에서야 대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올해 예산을 15% 감액한 380억 원으로 잡았다. 작년 7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도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올해 수요 급증이 예상됐지만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했다는 것이 의원실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7~12월 실버론 전체 대부자 2612명 중 15.5%(427명)는 기초수급자였다. 올해 1~6월에도 전체 5384명 중 15.2%(816명)를 차지했다. 결국 예산 부족에 사업이 7개월 만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250억 원을 긴급 편성해 8월부터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사업 중단에 정부는 내년 예산을 540억 원으로 증액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