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20개의 가자 평화구상에 대해 합의하고 하마스에 이를 받아들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이를 받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혀,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가자 전쟁은 전황 격화냐 극적인 평화냐의 중대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자신이 마련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실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총 20개로 구성된 구상은 하마스가 수락 시 모든 인질을 72시간 내 석방하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가자지구의 일상적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이 팔레스타인 위원회를 관할하는 게 핵심이다. 관심을 모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개혁 프로그램이 충실히 수행되면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국가 수립을 향한 신뢰할 만한 길이 마침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듣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타냐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에 이번 합의안을 받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압박한 셈이다.
문제는 하마스의 반응이다. 하마스 당국자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평화구상 문서를 아직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무장 해제를 하고 이스라엘 군의 전문 철수가 아닌 그보다 낮은 수준의 철수를 받아들이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하마스가 이번 요구를 수용할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에서 완전히 손을 뗴고 자신들이 무장해제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므로 하마스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하마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 전쟁은 빠르게 출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하마스가 거부 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더 격화하며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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