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확인을 위해 주거에 침입한 경찰에게 쇠파이프로 위협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경찰이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주거지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지난달 28일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23년 8월 광주 남부 백운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은 “남자친구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남자친구 A씨는 경찰관들로부터 사실 확인을 위한 여러 차례 진술 요구를 받았으나, 집 안에서 인기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경찰이 내부를 확인하고자 현관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던 과정에서, A씨는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관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다. A씨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경찰의 112신고처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와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경찰관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고, 피고인의 퇴거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행위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신고자의 진술을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거지 내에 있던 A씨를 수차례 호명했으나 반응이 없었다”며 “자해·자살 등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보호조치를 취하기 위해 주거지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경찰의 행위를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인정했다. 강간 혐의와 관련해서는 여성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A씨에게 여러 차례 금전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성범죄로 신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정황 등이 확인돼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강간 혐의와 함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여성이 A씨의 자해 위험에 대해 진술하지 않은 점 △경찰의 주거 진입 목적이 성범죄 피해사실 확인에 있었던 점 △범행이 이미 종료돼 추가 범행 우려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이 A씨 집에 들어간 행위를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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