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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TSMC도 있는데, 설마 대만 넘기고 中합의 맺나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시진핑, 트럼프 방중 때 '대만 독립 반대' 압박"

바이든 "지지하지 않는다"서 더 나간 입장 요구

중국, 틱톡·개도국 잇딴 양보…2027년 '침공설'

臺외교장관, UN총회 때 뉴욕행…'여론전' 총력

美 군사 개입, 中 신라호텔 취소…氣싸움 '팽팽'

라이칭더 대만 총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합의를 맺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만 독립 반대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주요 외신 보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에 자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현지 사업권을 넘기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방중 성사를 위해 예상 밖의 통 큰 양보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그 개연성에 점차 힘을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득은 일시적이나, 안보적 손실은 영구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통’을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게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안보·관세 문제를 두고 10월 말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까지 팽팽한 기(氣)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대만이 이를 빌미로 무역 압박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27년 중국의 침공설에 시달리는 대만의 명운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전략에 따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비롯해 폭스콘, 에이수스 등 자유주의 진영 최첨단 기술 공급망의 주축을 이루는 대만 기업들의 가치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WSJ “시진핑, 트럼프에 ‘대만 독립 반대’ 압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양안(兩岸) 문제에 대한 정책 변화를 끌어내 대만을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합의를 간절히 바란다고 믿고 있다. 이에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시절인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를 맺으면서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면서 온전히 중국 편만 들지도 않았다. 중국·대만 모두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뒤로는 우방이나 준동맹처럼 대우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교두보로 삼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하겠다”고 했다가 양안 정책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논란에 일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WSJ가 전한 시 주석의 대만 독립 반대 입장 요구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선언조차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에게 이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다른 이유를 들면서 중국과 무력으로 대치할 수 있지만, 아예 반대하는 입장이 되면 중국에 동조해 적극적으로 대만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실각설’까지 제기된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계승하지는 않고 있다. 이를 서둘러 공표할 경우 중국에 대한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월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자료집)’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중국의 침공을 억제하고 대만이 드론·탄약 구매를 확대해 방어력을 기를 수 있는 데에도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도 치열하게 미중 경쟁을 펼치며 대만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무기 판매를 늘린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면서도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미루고 중남미를 방문하려던 라이칭더 총통의 미국 경유를 막으면서 중국와의 협상 여지도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올 1월 25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왕이 중국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 그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日언론도 “대만 문제가 트럼프 방중 조건”…中, 틱톡·개도국 포기 잇딴 양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부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초 방중에 공을 들인다고 보도한 외신은 WSJ뿐이 아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실현에는 장애물이 있다”며 19일 미중 정상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실제 미중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90분 동안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도 주로 무역 협상 관련 대화 내용만 소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교섭이 당분간 격화될 듯하다”며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조건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과 거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승인을 미루는 등 대만에 대한 관여를 줄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호기로 보는 중국이 양보를 더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선언을 요구한다는 WSJ의 기사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보도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양국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중국은 진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추진했다”며 “미중 관계를 안정화하고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피하려면 미중정상회담이 좋은 대책이라고 봤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대만 독립 반대 입장 발표를 촉구하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하기 전인 15일에 이미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자국 기업들이 인수하게 됐다고 알렸다. 중국이 틱톡 문제를 미중정상회담 선결 조건으로 먼저 양보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오는 11월 10일까지로 된 이른바 ‘관세 휴전’의 기한도 더 연장할 뜻을 시사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23일 UN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책임지는 개도국으로서 WTO의 현재와 향후 협상에서 새로운 특별 차별 대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이래 협정 이행 유예, 기술 지원 등 개도국 지위로 받은 150여 개의 혜택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에 줄기차게 요구한 사안이었다.

2027년 침공설 ‘솔솔’…대만 외교부장, UN총회 때 장외 여론전




웨이저자(왼쪽) 대만 TSMC 회장이 지난 3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양안 관계를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에 가장 불안해 하는 곳은 당연히 대만이다. 대만은 시 주석이 3연임 마지막 해인 2027년, 4연임을 위한 성과물로 자국을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할 준비를 마치라고 이미 인민해방군에 지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합의를 근거로 갑자기 군사 지원을 거두거나 방관할 경우 대만도 순식간에 홍콩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안보 싱크탱크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시즈 인스티튜트(RUSI)는 26일 홈페이지에서 대만 침공 준비와 관련해 러시아까지 나서서 공수부대 공격 전술, 하이브리드전(戰) 기술·훈련·장비를 중국 인민해방군에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황이 불안하게 돌아가자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UN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을 방문해 외교 동맹국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쳤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장이 UN총회 기간 뉴욕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린 부장은 22일 미국글로벌전략(AGS)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AGS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렉산더 그레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다.

대만은 1945년 UN 창립 멤버였다가 1971년부터 중국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의 지위를 빼앗겼다. 지금은 UN 회원국도 아니라서 총회에는 참석하지도 못한다. 대만은 그간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으로 UN 재가입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에도 정례브리핑에서 “미일한(한미일) 3국이 대만·해양 문제에 관해 제멋대로 얘기한 것은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을 비방·먹칠한 것”이라며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22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UN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해양 주장과 이를 강화하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발표한 공동 성명 내용을 공격한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의 ‘구단선’으로 불리는 영해선을 설정하고, 해역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이 영유권을 다투는 필리핀의 해경선을 쫓다가 자국 군함과 충돌하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美국방전략 “대만 침공 때 미군 개입” 변경…중국은 APEC 신라호텔 예약 취소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전경. 사진 제공-=호텔신라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기까지 대만 문제를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4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곧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도 대만 방위 노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담을 예정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NDS는 ‘미국 본토 방위’와 ‘중국의 대만 제압 억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으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상륙 작전을 개시할 경우 미군이 개입해 이를 저지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담는다.

중국의 태도도 며칠 사이 조금 달라졌다. 주요 외신들은 당초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동반 참석해 양자 정상회담까지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서는 시 주석의 서울 숙소로 유력하게 점쳐진 신라호텔이 22일을 전후해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을 안내한다”며 11월 초 결혼식 예정자들에게 예약 취소 사실을 일방 통보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라호텔은 그러다 일주일쯤 뒤 갑자기 일정을 번복했다. 호텔신라(008770)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 호텔은 예약 취소를 통보받은 사람들에게 “원래 일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안내 연락을 돌렸다. 신라호텔은 최근 APEC 기간 예약됐던 국가 행사 예약에 대한 취소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호텔 예약을 취소한 주체가 시 주석이 맞다면 중국 지도자가 APEC 정상회의에 아예 오지 않거나, 적어도 서울에서는 묵지 않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대만과 무역 합의 내용을 두고 정상회담 성사 직전까지 미중 양측이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안 문제를 앞세워 대만에 무역 압박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비 증액과 미군 감축 카드를 무기로 한국과 일본에 무역 압박을 넣는 것과 유사하게 대만을 상대로도 ‘안보 장사’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양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미국이 안보를 대가로 대만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여지가 커진다.

대만은 현재 미국과 큰 틀의 무역 합의도 맺지 못한 상태다. 대만은 미국에 3000억~4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안을 제안했다가 합의를 맺는 데 실패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1일 대만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기존 32%에서 20%로 낮췄다. 당시만 해도 한국 등이 합의안에 따라 15% 관세를 당연히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이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임시 세율을 매겼다. 이후 후속 협상이 꼬이면서 한국(25%)이 대만보다 더 많은 관세를 내게 됐다.

대만 언론은 자국 정부가 이달 17일 워싱턴DC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4년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가 넘는 규모의 미국 농산물 구매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이보다 앞선 3월 초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 5곳을 짓는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스톡커] TSMC도 있는데, 설마 대만 넘기고 中합의 맺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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