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소국 몰도바 총선에서 친유럽 성향의 집권 여당이 친러 세력을 큰 표 차로 따돌리며 승리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에도 여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면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의 유권자 중 52.15%가 참여한 이번 총선(개표율 99.87% 기준)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행동과 연대당(PAS)’이 득표율 50.15%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들은 PAS가 몰도바 의회 101석 가운데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PAS의 의석수는 63석이다.
반면 ‘사회주의자당’ ‘공산당’ ‘몰도바의 심장당’ ‘몰도바의 미래당’ 등이 연합한 친러 성향 ‘애국블록’의 득표율은 24.19%에 그치며 완패했다. 이어 중도의 대안블록(BA)이 7.97%, 좌파 성향의 우리당(PN)이 6.20%를 각각 득표하며 뒤를 이었다.
선거 전 PAS의 고전을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애국블록의 지지율이 PAS를 앞서는 것으로도 나타나며 초접전 양상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 PAS가 두 배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하면서 친유럽 노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인구 240만 명에 불과한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과거 소련을 구성하던 몰도바는 1991년 독립 이후에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서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경기 침체로 민심이 악화하면서 친러 세력의 지지세가 다시 확산됐다. 친유럽과 친러 노선 중 어디를 택할지 국가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몰도바 당국은 이달 22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폭동 시도와 관련해 250건의 수색을 진행하고 74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선거 당일인 28일에도 선거 인프라와 정부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국내외 투표소 곳곳에 가짜 폭탄 위협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몰도바의 EU 가입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몰도바는 2021년 EU 가입 의사를 밝혔고 2022년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산두 대통령은 2030년까지 EU 가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총선은 유럽과 러시아 중 어느 쪽의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일종의 국민투표 성격”이라며 “PAS의 승리는 EU 지향 노선이 여전히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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