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이란 제재가 10년 만에 부활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E3)이 2015년 체결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이란이 위반했다며 제재 복원 절차를 가동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결의 제2231호에 근거한 제재 복원 절차에 따라 28일 0시(그리니치표준시 기준)부터 이란 제재가 다시 발효됐다. 이로써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금지,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 제한 등이 다시 적용됐다. 이번 조치는 E3가 이란의 핵합의 불이행을 근거로 ‘스냅백’ 조항을 발동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2015년 이란과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란의 핵 활동을 제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E3는 이란이 이미 고농축 우라늄 400㎏을 확보해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2015년 핵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제재를 자동 복원하는 스냅백 절차를 가동했다. 당시 체결된 핵합의에는 스냅백이 발동된 뒤 30일 이내 안보리에서 별도 의결이 없을 경우 제재가 자동으로 부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19일과 26일, 이란 제재 해제 기간을 연장하는 결의안이 안보리 표결에 부쳐졌지만 모두 부결됐고 이번에 제재가 최종 복원된 것이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7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미국과 유럽의 요구를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은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 불황으로 민심이 악화하는 상황”이라며 “유엔 제재 복원으로 이슬람 신정체제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가 여전히 하나의 선택지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협상은 이란 국민과 전 세계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지연 작전을 쓰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 대신 직접 대화를 수용해야 한다"며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번 조치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제재 집행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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