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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창설하면 어떨까[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전세계 176개 지역서 약 1800여명 근무

해당 국가 재외공관 경비·보안 임무 전담

해병대사령부 소속이지만 美국무부 지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주말리 미국대사관 옥상에서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소속 장병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DVIDS(미 국방부 사진·영상 아카이브)




대한민국 심장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한복판에 주한 미국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치외법권 지역으로 대사관의 안전 유지를 위해 외부 경비는 대한민국 경찰청이 맡고 있다. 반면 미국대사관의 내부 경비는 미군이 담당하고 있다. 특이하게 주한미군이 아닌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MSG·Marine Embassy Guard)이 전담하고 있다.

미 해병대 소속 부대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은 전세계 미국 재외공관(대사관·영사관)의 경비와 보안 임무를 담당한다.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밀 정보 및 시설과 장비들을 보호한다. 전세계 176개 지역에서 약 1800여 명이 근무한다. 소속 근무자들은 ‘Marine Corps Security Guard(MCSG)’라고 불린다. 미 국무부 외교안보국 산하 외교안보수사대(DSS·Diplomatic Security Service) 소속의 민간 연방 요원이자 전세계 외교 공관의 선임 (미국)법 집행 대표 겸 보안담당관인 ‘지역보안담당관’(RSO·Regional Security Officer)의 지휘와 명령을 받는다.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은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미국의 고위 외교관 및 대표단의 경호도 수행한다. 외교 공관 외부의 추가 보안을 제공하는 주재국 또는 현지 고용된 보안군을 감독한다. 게다가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교관들과 유사한 수준의 외교관 면책 특권도 지니고 있다.

경비 범위는 대사관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1~3 블록 정도다. 대사관이 위치한 도시의 치안에 따라 복장과 무장에 차이가 있다. 치안이 안전하고 미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국가에서 내부 위주 경비가 일반적이라 복장은 평소 근무복을 입고 행사가 있을 때나 군복을 입는데 이 또한 전투복이 아닌 예복을 착용한다.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부대 마크. 사진 제공=미 해병대


그러나 치안이 불안정하거나 미국과 비우호적인 국가에선 외곽 경비까지 직접 담당해야 하기에 해외 부대와 똑같이 전투복 착용과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삼엄한 경계를 선다.

미군이 파병된 국가가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 대사관의 안보 필요성에 따라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소속 해병대원이 주둔한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에도 병력이 파견돼 있다. 대만의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와 전쟁 중인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에도 병력이 배치돼 있다. 이 같은 임무 특성상 통상적으로 해외 주둔 미군을 집계할 때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대사관에서 발생한 범죄사건 수사는 연방수사국(FB)I가 맡는다.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대령급)은 9개의 지역 MSG 사령부로 편성돼 있다. 18개 시간대에 걸쳐 135개 이상의 국가에 위치한 176개 지역에 파견대 형식으로 약 1800명의 해병대원이 나가 있다. 미 해병대 기지 콴티코에 본부가 설치돼 있다. 산하에 있는 본부 중대와 MSG 학교는 행정과 병참, 법률, 훈련 및 교육을 지원하는 약 100명의 해병이 근무한다. 나머지 9개 지역은 중령급이 지휘한다.

이처럼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은 미국 외교 공관 안보의 핵심 조직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 기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무엇보다 독립성을 위해 미 해병대사령부 소속이지만 현지에서 미 국무부의 지휘를 받는다.

따라서 주한 미국대사관의 MCSG 병력들은 주한미군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주한미군의 상급부대는 한미연합군사령부와 미국 인도태평양통합사령부이지만, MCSG는 미 해병대사령부 소속으로 상급부대가 다르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소속 MCSG 대원들 모습. 사진 제공=DVIDS(미 국방부 사진·영상 아카이브)


주파나마 미국대사관 소속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장병들이 추모 행사에서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DVIDS(미 국방부 사진·영상 아카이브)


대한민국 해병대도 대한민국 해외 공관 경비 임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2004년 자이툰 부대에서 ‘주이라크 대한민국 대사관’ 경비를 위해 해병대 병력이 파견됐다. 2007년 동의·다산부대, 2010년 오쉬노 부대가 ‘주아프가니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해병대 경비 병력을 배치한 바 있다.



해병대는 2004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도 경비 병력 72명을 파견했고 이 가운데 17명이 헬기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국대사관 경비를 섰다. 당초 대사관의 경비 임무는 특전사 부대원들이 맡았다가 해병대 병력으로 교체됐다.

당시 경비 임무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은 ‘우리는 대사관 직원들이 적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호하고 만일 우리가 납치당할 위기에 처하면 대한민국 해병의 명예를 걸고 자결하자’는 내용의 각서까지 지니고 다녀 대사관 직원들의 감동을 샀다. 임홍재 이라크 대사는 해병대 인원을 교체하지 말아달라고 직접 자이툰 부대장에게 부탁할 정도였다.

2007년엔 해병대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바그람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한국군 다산·동의부대의 경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두 27명의 경비대를 파견했다. 이 가운데 1개 분대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경비 임무에 투입됐다. 해병대원으로 구성된 경비대는 대사관 경계지원과 대사 신변보호가 주임무였다.

2년이 흘러 2010년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을 위해 파견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검팀(PRT) 경호를 위해 구성된 오쉬노 부대는 330여 명의 부대원 중 310명은 특전사, 10여 명은 해병대에서 선발됐다. 이 때도 해병대는 11명으로 편성된 경비중대가 파견돼 또다시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경계 근무를 담당하며 성공적 임무를 수행했다.

해병대 해외 공관 경비, 육군 반대로 무산


군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해병대 독립성과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장을 위한 준(準) 4군 체제 개편과 맞물려 해병대를 단순 ‘상륙작전 전담군’이 아닌 국가전략기동군으로 격상하는 차원에서라도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을 모델로 대한민국의 전세계 해외 공관(대사관·영사관)의 안전 유지를 위한 내부 또는 외곽 경비를 전담하는 대한민국 해병대 경비단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기 위한 한국의 ‘PKO 상비군’의 창설 최초 계획에는 파병 한국군 부대의 경비 임무 등을 전담할 해병대의 중대급 상비부대 편성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이는 해병대의 해외 공관 경비에 대해 육군의 반대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육군 중심인 570여 명의 장병들이 파견돼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하고 있다. 경비 근무는 특수전사령부 소속 대원들이 맡고 있다. 현재 해병대 소속 해외 파병 인력은 청해부대와 아크 부대에 각각 4명(참모 임무)이 나가 있는 정도다.

군 관계자는 “군 안팎에선 대한민국 재외공관 등에 미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처럼 대한민국 해병대 경비 병력을 파견해 경호와 보안 등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한국의 국격 및 군사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미 해병대처럼 대한민국 해병대는 군사 강국들에게 정예 강군으로 인정받고 만큼 외교적 위상 강화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 해외 공관의 경비 임무를 전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판 ‘해병대 대사관 경비단’ 창설하면 어떨까[이현호의 밀리터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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