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불모지’로 불리던 부산 문화지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개관 100일 만에 문화 예술 측면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상징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수도권에 편중된 문화 기반시설을 지방 대도시에서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콘서트홀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경제·정책적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부산시와 클래식부산에 따르면 부산콘서트홀은 6월 개관 이후 100일간 77회 공연에 6만 3000여 명이 몰리며 예매율 74%를 기록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84.4%로 전국 공연장 평균(54.5%)을 웃돌았다. 개관 페스티벌에선 예술감독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한 무대가 1분 30초 만에 매진되며 부산 클래식 시장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문화 인프라 불균형 해소’라는 정책적 과제를 현실로 옮긴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수도권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오르간(4423개 파이프, 64개 스탑) 덕분에 부산에서도 런던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해졌다. 이는 서울 원정을 해야만 했던 지방 관객들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 분권형 발전 모델로 평가된다.
관객층 다변화도 성과다. 개관 넉 달 만에 회원 가입자가 3만 명을 넘었고 이 중 40대 이상이 2만 명 이상을 차지해 중장년층의 문화 수요를 끌어냈다. 동시에 학생석 제도를 통해 청소년 471명이 공연을 찾는 등 세대 간 문화 격차 완화에도 기여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뚜렷하다. 개관 이후 시민공원 방문객은 전년 대비 10% 늘었고 공연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호텔·레스토랑이 활기를 띠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장과 프랑스·독일 대사 등 해외 관계자 260여 명이 방문하며 부산의 국제 문화도시 이미지도 강화됐다.
다만 고령층의 모바일 예매 접근성, 주차난 등은 여전히 개선 과제로 남아 있다. 부산시와 클래식부산은 65세 이상 현장 판매 확대, 사전 주차요금 정산제 도입, 공연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앞으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해 시민의 행복한 삶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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