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석화 구조조정에 정부도 나서야

박성호 산업부 차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포드·GM과 크라이슬러는 판매가 급감하고 일본·유럽차에 밀리면서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자동차 업계에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포드는 정부 조치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대규모 대출을 확보하는 등 위기에 대비했다. 하지만 GM과 크라이슬러는 그러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구사일생했다.

포드는 이런 상황이 마뜩지 않았다. 정부가 그들을 도움으로써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포드에 불이익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우리는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 정책에 누군가는 손해를 입고 또 누군가는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일 때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요즘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자율적’ 구조조정을 두고 오가는 말들이 많다. 그중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가 “왜 에쓰오일만 제외되는가”다. 정부는 석화업계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량(1470만 톤) 중 최대 370만 톤을 줄이라고 했는데, 에쓰오일이 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내년 말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 연산 200만 톤에 달하는 에틸렌을 쏟아내게 된다. 다른 기업들이 공급을 줄이더라도 에쓰오일의 설비가 본격 가동되면 감축 노력이 다 허사가 되는 만큼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석화업체들의 주장이다.

에쓰오일도 할 말은 있다. “아직 가동도 시작하지 않은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요지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9조 원을 투자한 설비와 기존 석화업체들이 투자 없이 노후화된 시설로 범용 제품을 생산하면서 공급 과잉에 일조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정유와 석화산업의 수직 계열화 등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만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누구의 말이 맞느냐’보다 ‘어떤 원칙으로 정리를 하느냐’일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EU)은 ‘그린딜’이라는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정전환체계’를 함께 도입했다.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충격을 받는 지역과 산업·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막대한 재정의 필요성 등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기업 등 경제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과 원칙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일 게다. 업계 자율에만 맡겨서는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