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 여성이 산책 도중 버려진 불화수소산(불산) 용기를 밟았다가 치명적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산은 피부에 닿을 경우 뼈까지 녹일 만큼 강력한 부식성을 지닌 위험 물질로 알려져 있다.
2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거주하는 52세 여성 A씨는 이달 9일 야채를 재배하는 주민들이 드나드는 언덕길을 걷던 중 버려진 불산 용기를 밟고 넘어졌다.
이 사고로 몸 일부가 불산에 직접 노출된 A씨는 다발성 장기 부전과 전해질 불균형 증상을 보였고, 치료를 이어갔으나 5일 뒤 심부전과 폐부전 등 합병증으로 이달 14일 결국 숨졌다.
현지 경찰은 즉시 현장을 봉쇄하고 오염 물질 제거 작업에 나섰다. 수색 과정에서 추가 불산 용기 세 개가 발견됐으며 용기 상태는 오래돼 쉽게 파손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과거 해당 지역에서 청소 작업을 맡았던 한 남성의 아들이 불산 용기를 방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구금했다.
불산은 금속, 유리, 실리콘까지 녹일 수 있는 부식성이 강한 물질로, 중국어로 ‘화곡수(火曲水)’라 불린다. 반도체, 전자, 유리, 금속 가공 등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지만, 인체에 소량 노출만으로도 피부를 뚫고 조직과 뼈를 손상시키거나 심정지, 경련, 장기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불산이 여전히 온라인에서 손쉽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 매체 더 페이퍼(The Paper)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불산 용액이 단돈 8위안(약 1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판매처는 수천 건의 거래 실적을 기록했다. 제품 설명에는 “장갑 착용”, "접촉 시 물로 헹구세요" 정도의 간단한 안전 지침만 표기됐을 뿐 제대로 된 사용 제한이나 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일부 플랫폼에서 불산 판매 페이지가 삭제됐지만, 여전히 일부 판매자들이 경고 문구조차 없이 불산 용액을 올려두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중국 정부가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 초안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새 법안은 유해 화학물질 사용과 폐기 과정 전반에 대한 전자 라벨링 및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견 수렴 마감일은 오는 10월 11일이다.
사건 직후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상 공간에 버려진 불산이 시민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게시물이 조회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한 누리꾼은 “이 정도 위험 물질이 온라인에서 몇 위안에 팔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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