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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행정마비…“내 택배 어쩌나”, “비행기 타야하는데” 발동동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밤샘 진화작업 이뤄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연합뉴스


국가 정보 시스템을 관리하는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나 밤새 진화작업을 벌인 가운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전날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브리핑'을 열고 "화재 영향으로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됐고,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사고 경위를 밝혔다.

이어 "현재는 항온항습기를 우선 복구 중에 있으며, 이후에 서버를 재가동하여 복구조치를 하고자 한다"며 "1등급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 연속성 계획에 의거해 수기 접수 처리 체계, 대체 사이트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도록 해당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민원처리가 지연돼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토록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며 "오늘 오전 8시 재난문자를 발송해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것과 관공서 방문 전 서비스 가능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안내했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책회의 주재. 연합뉴스


화재 막으려다 화재…"완전 진화까지 며칠 더 걸려"


정부 업무시스템 '올스톱' 사태를 일으킨 이번 화재는 하필 ‘화재 취약성이 큰 국가전산시스템 문제’를 해소하려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다가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선 대전유성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연 언론브리핑에서 “5층 전산실의 큰불은 잡힌 상태이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완전 진화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튬이온배터리는 다량의 물로만 진화 가능한 특성이 있는데, 국가 중요정보 서버 유지도 중요해 소량의 물을 뿌리며 냉각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통째로 며칠간 물에 담가놔도 잘 꺼지지 않을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다.

국정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배터리 이동 작업을 담당한 하도급 업체 직원이 전산실 전원을 내리고 배터리에 연결된 케이블을 끊는 과정에서 불꽃이 일었다”며 “사고 당시 배터리 분리 작업을 한 하도급 직원 외에 국정자원 직원 등 다수가 5층 전산실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리 작업을 했던 하도급 업체 직원 1명(40대 남성)은 경상(1도 화상)을 입었고,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5층 전산실 안에는 리튬이온배터리와 함께 70여개 정부 기관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서버들이 있었다. 서버들 사이 간격은 1.2m이고,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은 약 60㎝로 조사됐다. 국정자원 관계자는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와 정부 서버가 한 공간에 가까이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로 배터리를 6차례에 걸쳐 지하실로 옮기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1차 작업을 문제없이 끝낸 상태에서 전날 2차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했다.

김 서장은 “전산실은 외벽 창문 뒤에 내벽이 하나 더 있는 겹 벽 구조인 데다 배터리와 서버 사이의 간격도 약 60㎝로 좁아서 소방 활동을 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5층 전산실의 배터리와 서버 모두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뉴스1


사상 초유의 행정마비…우편서비스부터 119 신고 시스템 일부도 멈춰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정부 서비스는 현재까지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24, 국민신문고시스템, 우체국 우편 등 대국민서비스는 물론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 및 관련 서비스 사이트, 온라인 공무원증, 정부 메일링시스템 등 서비스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27일 현재 인터넷우체국 등 우편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편서비스의 경우 27일에 배달하는 소포우편물은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배달할 예정이며, 시스템 복구 일정에 따라 신속하게 우편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다만 우체국금융의 경우, 입·출금 및 이체, ATM기 이용, 보험료 납부 및 보험금 지급 등 모든 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소방청은 전국 119 신고 접수 및 출동시스템은 정상 운영되고 있으나 영상신고시스템, 구급스마트시스템 등 일부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화재 발생 이후 소방청은 재난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현재 119 신고는 전화로 가능, 문자·영상 등 신고는 전산 장애로 신고 불가, 조치 전까지 전화로 신고 바란다"고 알렸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뉴스1


정부 내부망·질병청·물류시스템까지 마비


한편, 정부의 대외 서비스뿐 아니라 내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이 마비돼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가 온나라시스템에 접하지 못해 주말 업무를 위해 출근한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확인했다. 온나라 시스템은 정부 전 부처의 문서 작성, 결재 등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는 전산망이다. 산업부는 부내 공지를 통해 복구 때까지 온나라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하고 온라인 쪽지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안내했다.

질병관리청의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등 일부 시스템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질병청과 소속기관 홈페이지, 내부 행정시스템,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등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제1급 감염병이나 원인불명 감염병, 생물테러 감염병 사례는 질병청 종합관리실(043-719-7979)로 즉시 유선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2∼3급 감염병의 경우 집단발생이 의심되면 종합상황실로 즉시 신고하고, 개별 사례는 24시간 내 보건소에 유선 또는 팩스로 신고하면 된다. 감염병 일반에 관한 사항은 1339 콜센터로 문의할 수 있으며, 감염병 검사 의뢰는 검체의뢰서를 수기로 작성해 의뢰해야 한다.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은 현재 이용 가능하며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등록을 하고자 하는 경우엔 https://ois.kdca.go.kr로 접속해 기존과 동일하게 등록할 수 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다만 예방접종증명서 출력은 전산 문제로 이용할 수 없다.

서울시 민원 서비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시 온라인 민원 홈페이지에 "간편인증 시스템 장애로 인해 간편인증이 불가능하니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인증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시 홈페이지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기존에는 카카오톡·네이버 간편인증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은행 공동인증서를 이용한 방식만 가능하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김 차관,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연합뉴스


서울시 관계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장애가 복구될 때까지 간편인증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대신 은행 공동인증서를 활용한 각종 민원서류 발급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도 이용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를 통해 서울시로 각종 생활 불편에 관한 민원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들의 업무 불편도 발생했다. 지자체가 전자문서를 생산해 타 지자체로 발송하려면 행안부 전자문서 유통 시스템 '온나라'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도 마비된 상태다.

또한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 지적재조사행정시스템, 용산공원 홈페이지 등 총 5개 시스템이 장애 상태다. 특히 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은 지난 2009년 구축된 '육해공 통합 물류 네트워크'로, 전국 50여 곳의 핵심 물류단지를 관리하는 국내 물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번 장애가 장기화할 경우 화물 집하와 배송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핵심 시스템인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은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운영하며 화물운송사업자의 직접·최소운송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현재 민간 물류정보 입력이 지연되면서 업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비롯한 교육시스템 접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부 업무포털에 '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나이스, K-에듀파인 로그인 불가 안내' 공지를 올렸다. 나이스와 K-에듀파인은 인증서를 기반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인데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인증서 검증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현재 로그인이 되지 않고 있다.

나이스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전국 1만2천여개 초·중·고교의 학생·학부모·교원이 성적과 생활기록부 등 교무·행정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고 K-에듀파인은 시도 교육청, 일선 학교에서 사용하던 에듀파인과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합해 만든 지방 교육 행·재정 통합시스템이다. 도교육청은 이날 비상대응팀을 꾸리고 로그인 제한 등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 택배 어쩌나”, “비행기 타야하는데” 발동동


사상 초유의 행정 마비로 시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24’ 포털이 멈추면서 주민등록등본, 여권 재발급 신청 등 신원확인과 납세증명서 발급, 사업자등록증명 등 세금·금융 관련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시민들은 현장 방문, 다른 사이트 이용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도 문제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바일 신분증이 안 되면 오늘 공항에서 국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일부 정부 전산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모바일 신분증, 정부24를 통한 신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공항 이용 시에는 실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거나 바이오패스(생체정보 인증)를 이용해달라"고 공지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실물 신분증이나 필요한 서류를 인쇄해 지참하거나 원본 파일을 저장해 준비해야 한다.

공사는 또 국정자원 화재 발생 시점인 전날 오후 8시 20분 이후 입차한 장애인, 국가유공자 차량은 주차장 이용료 자동 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사후 환불을 신청해달라고 덧붙였다.

관공서나 역사 등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도 먹통 상태다. 각 지역 무인민원발급기에는 현재 ‘전산망 복구로 발급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주말이 지나 평일이 돼도 복구가 된다는 보장이 없어 급한 용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민들은 우려를 전하고 있다.

택배 업무도 문제다. 특히 우체국 서비스가 마비 상태에 빠지자 택배 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편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편서비스의 경우 이날 배달되는 소포우편물을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배송할 예정이지만 반면 우체국금융의 입출금, 이체, ATM 이용, 보험료 납부 및 보험금 지급 등 모든 서비스는 중단된 상태다.

민생회복 2차 소비쿠폰을 우체국 체크카드로 받은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결제를 시도하면 ‘은행/카드사 점검 중’이라는 오류 메시지만 뜨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검사소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자동차 정기검사는 기간 내 미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국가전산시스템 접속 불안정으로 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검사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불만 사항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서비스 불가 목록은 행정안전부(22개),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재난관리업무포털, 국민신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소방청 및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원자력안전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이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이날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복구 시점을 두고 "섣불리 언제 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우체국 ATM 먹통. 연합뉴스


정부 서비스 대체사이트는 어디?


정부와 공공기관 전산 시스템의 심장부가 피해를 입은 만큼 시스템 복구와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걸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위기경보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각 부처 전산망을 신속히 점검하고 비상 체계를 가동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국가정보시스템 장애로 불편 겪으실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부에 따르면 구체적인 정부서비스 장애 상황과 대체사이트는 네이버 공지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민원서류 처리와 발급 등을 위한 대체 서비스 사이트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세움터,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농업e지 등을 안내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전산실 내 배터리 교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전원을 내렸다가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불이 난 전산실 내부에 리튬이온 배터리 192개가 층층이 쌓여있어 불길이 잡히지 못하면서 새벽 내내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새벽 한 때 건물 내부 온도가 100도 가까이 상승했다가 현재는 배연 작업을 통해 온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인력 171명과 소방차 63대를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에 있던 100여 명이 대피했으며, 40대 남성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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