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남북 관계에 대한 자신의 ‘두 국가론’에 대해 “실용적·현실적 관점으로 유연하게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두 국가지만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 관계 속에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남북은 사실상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는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부는 남북 두 국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불거진 ‘엇박자’ 논란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정 장관은 최근 ‘평화적 두 국가론’을 강조해오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통일 포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 안보 라인의 또 다른 축인 위 실장이 ‘두 국가론’에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주파(정 장관)와 동맹파(위 실장) 간의 기 싸움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왔다.
정 장관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국민 50% 이상이 북한을 ‘국가’라고 대답한다.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위 실장 발언과 입장이 엇갈린다는 지적에도 “(위 실장은) 적대적 두 국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라며 “정부는 한 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 중 우선순위를 대화·교류(exchange)로 짚었다. 정 장관은 “비핵화는 기술적으로 10~20년이 걸리는 문제”라며 “우리 앞에 당면한 주요 과제를 밝히고 해결 의지를 천명한 것이 (이 대통령) 유엔 연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100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이 시간에도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는 4곳에서 돌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우라늄 보유량을 2000㎏까지 추정한다”고 말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은 20㎏ 정도로 추정된다. 정 장관은 “급한 것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며 “지연되는 만큼 (북한의) 핵 능력은 늘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역대 보수 정부에서 제재를 통한 핵 포기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간 자유 북진, 선제 타격을 외치며 선(先)비핵화를 한 결과가 북한의 핵 능력을 무한대로 늘려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을 돌파구를 ‘북미 정상회담’으로 꼽으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망”이라며 “트럼프식 접근이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왕이 동지의 초청에 따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인 최선희 동지가 곧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았지만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 외무상이 2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최 외무상의 방중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이 행사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최 외무상이 직접 중국을 찾는 것은 시 주석을 초청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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