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5일 이틀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됐다.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 검사팀)은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직후 초동 수사 결재를 번복한 배경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조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질책을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것으로 이해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23일 첫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를 불법적 지시로 해석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감정적 질책일 뿐, 직권남용 등 위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 직후 이 전 장관과 약 2분 48초간 통화하며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은 이번 주 이 전 장관을 연이어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26·28일에도 소환이 예정돼 있으며, 이후에는 윤 전 대통령 직접 조사로 수사가 향할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 대통령과 통화하고 곧바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외압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대통령실 유선전화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 외압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같은 날 특검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다섯 번째 불러 조사했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결과를 듣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호통쳤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어, 특검은 주요 피의자들의 진술과 교차 확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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