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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동결’→‘중단’ 수정 의미는…비핵화 포기 vs 전략 유연성[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정부는 ‘핵동결=핵중단’ 같은 의미라는데

북핵 보유 일정 부분 인정하는 뜻 내포돼

“李 대통령조차 용어 혼용할 정도 명확한

개념 규정 못하면 北 기만 전술 말려든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미사일총국이 화학재료연구원과 함께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지난 8월말 한일 정상회담 직전 일본 매체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1단계에서 사용한 동결이 ‘현재의 핵’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결 뒤 보상 조치가 이어질 경우 사실상 핵 보유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월 23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유엔(UN) 총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재차 강조했다. 북핵 ‘중단→축소→폐기’로 나아가는 구상이다. 기존 ‘핵 동결’ 대신 ‘중단’이라는 표현을 공식화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비핵화 로드맵의 1단계를 지칭하는 용어가 동결→중단으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용어를 변경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에는 동결도 사용했지만 중단이 더 맞는 표현이라 중단으로 쓰고 있다”며 “중단은 핵·미사일 관련 모든 프로그램을 스톱(멈춤)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앞으로의 과제로 북한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동결에는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물질 목록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제출하는 ‘핵신고’를 하고 사찰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용어만 보면 핵 보유를 인정 부분 용인하지만 핵 관련해 국제 사회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단은 구두로 “핵·미사일을 더 개발하지 않겠다”고만 해도 성립할 수 있다. 사실상 핵 보유를 용인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1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도 ‘동결’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국정과제 123건 중 북한 비핵과 로드맵과 관련한 122번째 과제. 외교부는 이 문건에서 비핵과 로드맵의 1단계를 동결로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안일한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강력한 제제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등 동결을 내세워 시간을 벌며 사실상 비핵화 약속을 계속해 위반하는 양상을 반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명한 건 동결은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용어 사용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동결 뒤 섣부른 보상은 결국 핵 보유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국제 사회와 북한이 생각하는 동결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과거 핵 협상에서 북한은 영변 원자로 스위치 하나만 끄는 것도 동결로 부르곤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선 동결이 아니 ‘중단’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 로드맵 1단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동결과 중단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언론의 질의에 북핵 문제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통일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단계적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는 취지”고 답했다. 논란의 의식해선지 같은 의미로 봐야한다는 뭉뚱그린 답변을 내놨다.

한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국가안보실장이 동결이란 용어가 가진 함의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에서는 잘 쓰지 않던 멈춤·중단이라는 생경한 단어를 사용한 건 동결을 쓸 경우 나올 수 있는 우려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는 비핵화 로드맵의 1단계를 지칭하는 용어를 동결·중단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북한이 이런 용어의 혼선을 파고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패싱했다.

어찌됐든 동결·중단 용어 사용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비핵화 정책 포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용어 선택은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북한은 계기마다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써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비핵화 정책은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타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조차 용어를 혼용하는 모습을 보여질 정도로 우리 쪽에서 먼저 명확히 개념을 규정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북한의 기만 전술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북핵 동결이든 중단이는 비핵화 의지가 약화됐다는 의미가 내포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상대방의 상황이나 의도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을 내비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론 명확한 개념 정립을 통해 불필요한 혼선이 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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