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11월 초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가 행사가 열리게 되면서 미리 잡아둔 예식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예식 비용 전액을 부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고객들에게 11월 국가 행사 기간 일부 예식 일정 취소를 안내했다. 호텔 측은 해당 고객이 원하는 날짜로 예식을 옮기고 식대·시설 이용료 등 예식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함께 전달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날짜에 예식을 잡았던 한 예비부부는 내년 3월로 예식을 연기하며 약 1억6000만원 상당 피해액이 발생했는데 그 비용도 호텔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전했다. 다만 호텔 측은 고객 보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고객 정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예식비 전액을 호텔 부담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가 행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예식 일정이 조정된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신라호텔 측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3일 사이 일정에 예약된 예식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작스런 예약 취소 통보는 많은 말을 낳았다. 결혼식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예식 일정이 취소되자 예비 신혼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상 예식장은 최소 6개월 전에는 예약하는 특성상 두 달 전이면 청첩장을 다 돌렸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새로운 예식장을 찾기에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공권력 동원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최소 1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공권력의 강압 없이 호텔 측이 스스로 고객과의 약속을 깼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누가 어떤 경로로 무엇을 요청했는지 진상을 밝히라"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 호텔은 결혼식 취소가 없었는데, 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머물 신라호텔만 결혼식을 무더기로 취소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혼식 날짜를 변경하면 드레스, 메이크업, 촬영 등 예식에 수반되는 일정과 신혼여행 항공편, 숙박 예약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위약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정 변경으로 발생한 이 모든 비용을 호텔신라 측이 전액 부담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해 이같은 조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APEC 행사 전후로 한미·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으로 이는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실화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서울에서도 숙소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호텔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물 계획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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