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소비를 넘어 시간, 돈, 에너지 등을 적극 투자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팬을 의미하는 슈퍼팬이 점점 대중문화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가 글로벌 K팝 아티스트로 성장하는데 팬덤 ‘아미’ 즉 슈퍼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며,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도 대표적 슈퍼팬이다.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챌린지, 밈을 만드는 등 슈퍼팬들의 자발적 홍보가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됐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콘텐츠 기업들의 슈퍼팬 전략이 속속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K팝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K드라마를 비롯해 K콘텐츠 전반으로 슈퍼팬 전략을 확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CJ ENM은 30년간의 글로벌 지식재산(IP) 전략을 통해 드라마는 물론이고 글로벌 K팝 플랫폼 ‘엠넷플러스’를 통해 슈퍼팬을 결집하며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tvN 토일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회를 거듭할 수록 국내외 시청률 지표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기준 ‘폭군의 셰프’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공개 직후 글로벌 TV쇼(비영어권) 차트 2위에 2주 연속 올랐고 누적 93개 지역에서 톱 10에 진입했으며, 인도네시아·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누적 44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청률 역시 첫 회 4.9%로 시작해 10회의 경우 최고 시청률은 17.6%, 평균 시청률은 15.9%로 3배 이상 뛰어 오르며 동시간대 전체 채널 1위를 기록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도 첫 방송 직후부터 오늘의 ‘톱 20’ 상위권에 랭크됐으며 매주 방송 직후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폭군의 셰프’가 이처럼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슈퍼팬’의 덕이다. CJ ENM의 한 관계자는 “'폭군의 셰프'의 신드롬급 반응에 사극에 음식, 로맨스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가 해외 팬들에게 ‘새로움’과 ‘공유’ 욕구’를 자극했고, 슈퍼팬들이 단순 시청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팬들은 드라마 속 음식을 재현하며 챌린지를 만들거나 팬아트, 밈,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30일 사이(8월15일~9월14일) 구글트렌드 변화에서도 갈수록 검색량이 늘고 있다. 지역도 북·남아메리카 대륙과 서유럽, 동·서남아시아와 호주, 중동 등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K팝 플랫폼 ‘엠넷플러스’도 슈퍼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엠넷플러스’는 특정 팬덤 중심이 아닌, 다양한 K팝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커뮤니티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반응하는 ‘글로벌 K팝 놀이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지난 1월 대규모 업데이트로 자체 플레이어를 도입해 실시간 스트리밍, VOD, 클립 영상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팬터랙티브’ 기능을 강화했다. 전 세계 251개 국가 및 지역의 글로벌 생중계와 실시간 채팅 기반 커뮤니티는 물론 참가자별 맞춤형 이미지와 영상을 큐레이션 형식으로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알파 에너지’를 수집해 참가자를 응원하거나, 미공개 이미지를 ‘플래닛 카드’로 만나볼 수 있게 하는 등 시청과 투표를 넘어 놀이 요소를 결합해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스타 탄생 과정에 직접 기여하며 팬덤 결속감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엠넷플러스’ 오리지널 공포 예능 ‘숨바꼭질(SUMBAKKOKJIL)’, Mnet ‘보이즈 2 플래닛’(BOYS II PLANET)’의 흥행과 함께 플랫폼의 존재감도 한층 강화됐다. 팬 투표·서포트 기능을 통해 팬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구조와, ‘엠넷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엠넷플러스’는 9월 들어 누적 가입자 3300만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K팝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엠넷플러스 관계자는 "K팝을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 다양한 아티스트의 소식과 콘텐츠를 한 곳에서 접하고,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K팝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K팝 팬덤을 위한 차별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팬들을 콘텐츠에 직접 참여·확장하게 하며 슈퍼팬으로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하며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쇼츠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슈퍼팬이 갖는 ‘자발적 홍보’라는 역할과 맞닿아 있다. 야구 팬의 경우 이미 경기에 몰입도가 높은데, 쇼츠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콘텐츠 재생산을 시작으로 기존 팬들의 만족도 증가와 신규 팬 유입으로 이어지면서 팬덤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에 돌입한 셈이다. 이 같은 맞춤형 경험은 팬덤의 충성도와 활동의 지속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멀티뷰·현장음 중계 등 팬 중심 기능 강화 역시 충성도가 높은 슈퍼팬의 만족도를 높이고 활동을 장기화하는 데 기여했다. 결국 K드라마와 K팝에서 검증된 CJ ENM의 슈퍼팬 전략이 KBO라는 스포츠 영역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