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붙잡고 싶은 상금 2억 7000만 원짜리 승기가 이어달리기의 바통처럼 이 선수에서 저 선수로 전달되고 또 전달됐다. 72홀로는 주인공을 가리지 못해 승부는 연장까지 이어졌고 마지막에 웃은 것은 이다연(28·메디힐)이었다.
이다연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호주 교포 이민지(하나금융그룹)와 4라운드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동타를 이룬 뒤 18번 홀(파4)에서 치른 2차 연장에서 파를 기록해 승리했다. 이민지는 보기.
‘어게인 2023’이었다. 2년 전에도 이다연은 이민지와 연장을 벌여 3차 연장에서 5m 넘는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했었다. 2년 만의 통산 9승째다. 지난 시즌 내내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던 이다연은 올 시즌 초반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컷 탈락을 쌓아가던 그는 올 6월 더헤븐 마스터즈 준우승과 다음 대회 롯데 오픈 공동 3위로 정상 궤도에 다시 진입했다. 롯데 오픈 대회장도 베어즈베스트 청라였다. 이번까지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린 대회 우승만 세 번이다.
통산 8승의 강자지만 올해는 우승 없이 단독 2위 한 번과 3위 세 번만 있던 이다연은 시즌 첫 승이자 통산 9승을 달성했다. 그는 “우승 하나만 보고 달려온 올해다. 부상 때부터 우승까지 도와주신 분이 너무 많아 감사할 따름”이라며 “시즌 초·중반에 욕심이 들어간 바람에 우승 찬스가 왔을 때 놓치고는 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메이저 대회(25~28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를 더 자신 있게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선두 박혜준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특히 14번부터 5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는 뒷심이 빛났다.
앞 조의 이민지가 18번 홀 그린 프린지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 단독 선두로 달아나자 이다연은 곧바로 17번 홀(파5) 10m 버디로 공동 선두를 되찾았다. 2인 연장 첫 홀에서 이민지는 그린 앞 벙커 샷을 딱 붙여 파를 지키며 이다연을 압박했다. 이민지는 그러나 2차 연장에서 핀까지 122m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왼쪽 러프로 보내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반면 이다연은 136m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으로 6m쯤 버디 찬스를 잡았다. 이다연은 홀을 돌고 나온 버디 퍼트를 탭인 파로 마무리했으나 이민지는 2m 파 퍼트를 넣지 못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1승의 세계 랭킹 4위 이민지는 2년 전 2차 연장 때도 1m가 안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넣지 못해 결국 우승을 이다연에게 내줬었다. ‘스폰서 대회’에서 2021년과 2023년, 그리고 올해까지 연장 패배만 세 번이다.
롯데 오픈 우승자 박혜준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넘봤으나 이날 3타를 잃고 6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3번 홀(파4) 티샷을 왼쪽 물로 보내 더블 보기를 적은 게 뼈아팠고 후반에는 보기만 2개를 적었다. 중반 이후 단독 선두를 꿰찬 유현조는 15번(파5), 16번 홀(파3) 연속 보기로 역시 공동 3위에 만족했다. 15번 홀 두 번째 샷을 물로 보냈고 16번 홀 티샷도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갔다. 유현조는 4개 대회 연속 톱10으로 대상 포인트 1위는 굳게 지켰다. 성유진이 5언더파 공동 5위, 이동은은 3언더파 공동 6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8오버파 공동 4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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