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적발한 부정 수급 규모는 74만여 건으로 3800억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정하게 새어나간 나랏돈을 가장 많이 적발한 기관과 지자체는 각각 고용노동부와 충청남도 천안시였다. 기관과 지자체들의 구체적 부정 수급 적발 순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양한 장려금 사업을 운영하는 노동부가 단속 체계를 잘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부정 수급액을 확언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지원 사업을 재정비하고 더 철저한 누수 차단 필요성도 제기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에서 최근 3년간 적발된 공공 재정 부정 수급 건수는 총 74만 578건, 액수로는 3822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이 중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3299억 4300만 원이었다. 이에 부과한 제재 부과금은 888억 4500만 원이었다.
연도별로 부정 수급액(환수 결정액)을 살펴보면 2022년 1548억 원(1150억 원), 2023년 1206억 원(1108억 원), 2024년 1068억 원(1042억 원)으로 부정 수급 발견 시 환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노동부가 적발한 부정 수급 건수와 규모는 다른 중앙행정기관을 압도했다. 3년간 총 3514건, 1094억 원의 비리를 찾아냈고 환수액은 1091억 원으로 부정하게 샌 나랏돈 상당수를 되찾았다. 부정 이익 가액의 최대 5배를 부과하는 제재 부과금으로는 610억 원을 거둬들였다.
부정 수급 건수·금액은 해당 기관의 적극적 단속 덕분이라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특히 노동부는 실업급여,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난임 치료 휴가 급여 등 각종 지원금을 직접 집행하며 부정 수급에 대한 점검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현금성 복지를 늘리는 방향의 재정지출 확대 추세 속에서 보조금 비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같은 기간 적발 건수 기준 노동부 다음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9611건, 304억 원) △교육부(2763건, 19억 원) △국가보훈부(1999건, 8억 원) 순이었다. 부정 수급 사례로는 구직 촉진 수당 수급 중 소득 초과를 신고하지 않거나 타 사업에서 지원받은 건을 중복 신청하는 경우,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근로장학금을 수령하는 등의 상황이 있었다.
지자체 중 같은 기간 부정 수급을 가장 많이 적발한 곳은 충남 천안시(8333건, 33억 원)였고 △경기 의정부시(8024건, 35억 원) △제주특별자치도(7854건, 38억 원) △서울 송파구(7841건, 29억 원) △서울 강동구(7734건, 2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유가보조금 운송 사업의 목적 외 사용, 사회적기업의 성과물 허위 작성, 코로나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 중복 사례 등이 있었다.
이 의원은 “부정 수급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복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동시에 부정 수급 적발 건수가 많은 건 해당 기관이 적극적으로 점검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중요한 건 적발 후 환수와 제재가 실효적으로 이뤄지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국회도 정부와 함께 부정 수급을 뿌리 뽑고 공공 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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