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부부가 미국 법원에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여성임을 입증할 사진과 과학적 증거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보수 성향의 미국 인플루언서 캔디스 오웬스가 브리지트 여사가 남성으로 태어났다고 주장한 데 따른 명예훼손 소송 과정에서 나온 대응이다.
2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마크롱 부부의 변호인 톰 클레어는 팟캐스트 페임 언더 파이어(Fame Under Fire)에 출연해 “브리지트 여사가 해당 주장에 매우 상처를 받았고 이는 대통령에게도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 공격받으면 누구든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며 이번 대응의 배경을 설명했다.
클레어 변호사는 “과학적 성격의 전문가 증언이 있을 것”이라며 허위임을 입증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거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브리지트 여사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브리지트 여사의 임신과 자녀 양육 관련 사진이 법정에 제출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논란은 2021년 프랑스 유튜버 아망딘 로이와 나타샤 레이가 제작한 영상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브리지트 여사가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젊은 시절 사진이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마크롱 부부는 2024년 프랑스 법원에서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2025년 항소심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판결이 뒤집혀 현재 상고 중이다.
오웬스는 미국 보수 매체 데일리와이어 전 해설자로, 수백만 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브리지트 여사가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으며 2024년 3월에는 “자신의 모든 직업적 명성을 걸겠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마크롱 부부는 지난 7월 미국 법원에 오웬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웬스가 신뢰할 수 있는 반박 증거를 무시하고, 음모론자와 명예훼손 전력이 있는 인물들의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허위 정보 유포가 고의적이거나 진실 여부를 무시한 무모한 행동임을 입증해야 승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마크롱 부부가 제시할 과학적 증거와 사진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월 프랑스 매거진 파리 매치 인터뷰에서 “이건 내 명예를 지키는 문제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오웬스는 허위임을 알면서도 특정 이념과 극우 인사들과 연계해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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