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결정 이후 후속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은 주로 재판 중 거짓 증언을 공판 검사가 인지·수사해 기소하는 혐의다. 정부·여당이 검사의 직접 수사를 완전히 제한하기로 결론이 날 경우 위증과 스토킹·협박 등 공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범죄 수사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증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426명에 달했다. 2020년(228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0~2021년까지만 해도 위증 혐의로 기소되는 피고인은 200명가량에 머물렀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과정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위증 등 공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거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공판 과정에서 포착한 혐의는 공판 검사가 직접 수사해 유무죄를 따져 기소한다. 위증은 물론 스토킹·협박 등 다양한 범죄가 재판 중에 벌어진다. 실제로 대구지검은 A 씨에 대한 성폭력·가정폭력 재판 과정에서 그의 스토킹 혐의를 인지했다. A 씨가 스토킹 혐의로 받은 잠정 조치 기간이 끝난 뒤 “무고죄로 처벌받게 하겠다”는 등 협박한 사실을 전처 B 씨가 검찰에 제보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B 씨에 대한 법정 동행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는 한편 확보한 전화 통화 녹음 파일에서 협박 사실을 확인하고 A 씨를 스토킹, 보복 협박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도 고령인 아버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아들 C 씨가 유일한 목격자 D 씨에게 위증을 강요한 사실을 공판 중 포착한 바 있다. C 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가 자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목격자로 지목된 식당 종업원 D 씨는 최초 폭행 상황을 못 봤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이 서신과 접견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추가 목격자를 확인했다. 신용불량자이던 D 씨가 고용 유지를 위해 거짓 증언을 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C 씨는 결국 재판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공판 중 인지 수사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해지면 향후 제대로 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사에게 공소 제기·유지 외에 수사권이 제한될 경우 위증 등 혐의를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더라도 수사는 다시 경찰 몫이 되기 때문이다. ‘공판 중 인지→검사 직접 수사→추가 기소’에서 경찰이 추가 수사를 맡아 수사한 뒤 혐의 유무를 판단해 검사에게 넘기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 경우 경찰의 업무는 한층 늘어나고 재판 중 인지 사건 수사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 교수는 “위증 등 재판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행위를 다시 경찰로 보내 수사한다면 수사가 크게 늦어질 수 있다”며 “1심이 끝나기 전까지 수사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따로 재판이 진행되는 비정상적인 사례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경찰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만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며 “처음 수사한 경찰에게 사건을 넘긴다고 해도 ‘내 사건’이 아닌 ‘남의 사건’이라 인식해 제대로 신속하게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사권이 100% 박탈될 경우 검사는 공소 제기·유지만 맡게 된다. 검찰 내 기존 수사관들도 공소청으로 옮길 경우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수사권이 없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포착될 경우 공판 검사는 통신·계좌 등 영장을 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아 직접 수사하게 된다”며 “하지만 (검사) 수사권이 박탈된다면 발부받은 영장을 경찰이 맡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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