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하향 조정에 대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확대하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코스피가 신고점을 기록하며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온 상황에서 굳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만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와 더불어 이 대통령은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낮은 배경에 ‘시장 불신’이 있다고 보고 주가조작에 대한 엄벌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도세 기준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의 의지를 의심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굳이 그것을(기준 하향) 끝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이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도세 대주주 관련 발언 초반 이 대통령은 “특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한 개 종목 50억 원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50억 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면서도 “주식시장 활성화가 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중 핵심인데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대주주 기준 유지 시) 세수 결손 정도가 2000억~3000억 원 정도라면 반드시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내리자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며 새 정부 출범 후 상승세를 탄 주식시장에 걸림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후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0.90% 상승한 3344.20에 마감해 이틀 연속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제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앞서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낸 바 있다. 시장이 기대한 수준(25%)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배당을 더 많이 늘리면서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게 하는 게 목표”라며 “이것도 시뮬레이션을 계속하는 중인데 아마도 재정 당국에서는 이 정도가 가장 배당을 많이 늘리면서도 세수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이니까 진실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입법 과정이나 시행한 다음에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모든 조치가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 국가 경제에서 가용한 자본의 양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대부분 부동산 투자에 쓰이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 전환의 핵심은 주식시장의 정상화”라며 “정상화를 가로막은 요인에는 정치적 불안, 장기 경제정책의 부재뿐만 아니라 ‘투자했다가 뒷통수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깔려 있는 불신을 해소해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이것이 주식시장 정상화 및 활성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설명한 것이다.
특히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낮은 것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연기금은 왜 외국 주식만 잔뜩 사냐고 물어봤는데 ‘20~30년 후에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불가피하게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그때 주가 폭락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며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건 30년 후의 일이고 그전에 주가가 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간다”며 “(실제로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주가조작, 부정 공시 등은 엄격해 처벌해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주가조작해서 이익을 본 것만 몰수하는데 주가조작에 투입된 원금까지 싹 몰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을 옥죈다는 얘기가 있는데 부당한 악덕 기업 경영진,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더 센 상법이라는 게 나쁜 뉘앙스를 갖지만 더 세게 회사 주주를 보호하고, 더 세게 기업이 국민 경제에 도움 되고, 기업 경영이 기업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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