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보낼 특사로 박용만(사진) 전 두산그룹 회장과 더불어민주당의 한준호 최고위원 및 김우영 의원을 확정했다. 그동안 미국 특사로 전해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이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맞물린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기업인 출신인 박 전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제조업 부흥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호 등을 두루 감안한 카드를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7일 박 전 회장을 미국 특사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꾸리기로 했다고 공식화했다. 이들 특사단은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8월 1일부터 한국의 상호관세율인 25% 부과를 앞두고 관세 협상의 단초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안보·통상 투톱을 미국에 급파한 뒤 비관세장벽을 포함해 통상·구매·투자·안보 등의 포괄적 패키지 딜을 물밑에서 조율 중이다.
특사단장인 박 전 회장은 현역 시절부터 미국 경영계와 교류해왔고 거시경제 석학과도 교분이 두텁다. 미국 조야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때 기업 규제 개선과 지원을 위한 협업을 한 적이 있고, 20대 대선 당시에는 ‘만문명답(박용만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이라는 대담을 진행한 인연도 있다”며 “그만큼 이 대통령의 의중을 미국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20대 대선에서 후보 수행실장을 하며 이 대통령을 보좌한 바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당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한 최고위원을 ‘픽’했다고 전해질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정무조정실장을 지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메신저로서 한 최고위원과 김 의원의 역할에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들 특사를 통해 우리 측의 협상 의지를 전달하는 등 ‘원샷 딜’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미국 특사 내정과 관련해 갈등을 겪었던 김 전 비대위원장과 이 최고위원은 제외됐다. 한미 정상회담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특사 파견으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끊기 위한 위한 조치다.
여권에서도 한미 간 관세 협상과 관련한 발언을 내놓았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상호관세 부과 전에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미 간 관세 협상은) 철저하게 상호 호혜와 이익 증진을 목표로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처럼 힘과 동맹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쌀·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유전자 변형 작물 수입 허용 등 시장 개방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관세 인하를 관철해야 하고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 주권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국익 최우선 원칙으로 국익과 민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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