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피해자들이 고용노동청에 진정 이후 더 고통스럽다고 호소합니다.”(김유경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피해 구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피해 정도는 당사자가 자해나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상당수 피해자들은 신고가 두렵고 신고하더라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한다. 정부 행정력의 한계와 관련 제도의 맹점은 이 상황을 더 악화한다.
15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 119가 지난달 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34.5%(345명)는 최근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345명 중 42.6%는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이들 중 18%는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 적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대응을 묻자 55.7%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18%는 회사를 그만뒀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47.1%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단념했다. 32.3%는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이 걱정된다”고 했다.
피해자가 어렵게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 구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설문에서 신고자 49명 중 59.2%는 고용부 등 관계기관의 조사와 조치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유를 묻자 51%는 “신고자를 무시하고 회사 편을 드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답했다. 신고 취하나 합의를 종용받고 조사가 불성실하게 이뤄졌다는 답변도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제도가 잘못 설계된 결과라고 비판한다. 김 노무사는 “노동청 관리감독관은 지침에 따라 자체 조사와 사용자의 ‘셀프조사’를 병행한다”며 “현장에서는 담당 감독관이 사용자가 제출한 조사를 형식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급증해 이 같은 악순환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2253건으로 2019년(2130건) 대비 약 6배 늘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 1명은 평균적으로 1000건 넘는 사업장을 맡고 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질문에 “괴롭힘 예방관 근절을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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