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유럽에서 최근 열 관련 질환으로 최소 2300명이 숨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약 1500명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지난 6월 말부터 7월 2일까지 10일간의 서유럽 폭염 사례를 집중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스페인에선 기온이 40도를 넘었고, 프랑스에선 산불까지 발생하는 등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연구는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런던, 밀라노 등 유럽 주요 12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번 폭염은 평균 기온보다 2~4도 더 높았으며, 이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벤 클라크 박사(임페리얼칼리지)는 “기후변화가 폭염을 훨씬 더 빈번하고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과거보다 더 자주, 더 강한 열파(heatwave)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처럼 많은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수치는 기존 역학 모델과 과거 사망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된 것으로, 공식 통계보다 신속하게 집계됐다. 연구진은 “열 관련 사망은 병명상 자연사로 기록돼 집계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 특히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열사병, 심혈관 질환, 만성질환자의 급격한 악화 등으로 인한 사망이 폭증하고 있지만, 공식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아 대응책 마련도 더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은 매년 수만 명이 폭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집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유럽 보건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 전역에서 폭염으로 약 6만 1000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기후예측기관 C3S의 사만다 버지스 전략 책임자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폭염은 더 잦고 강해지며, 더 많은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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