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반대하며 결별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정조준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월가에서는 ‘머스크 리스크’를 경계하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3정당 창당은 터무니없다”며 “미국 시스템은 애초에 제3정당을 위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급진 좌파 민주당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또 다른 혼란을 자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OBBBA에 반대한 이유로 ‘전기차 의무화 폐지’ 조항을 지목했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종료, 이민자 단속 강화 등 테슬라의 판매 실적과 인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가까운 재러드 아이작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 후보자의 낙마 역시 머스크가 불만을 품게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다양한 회사 이사회는 그가 경영에 복귀하기를 바랄 것”이라며 “어제 신당 발표는 이사회가 반길 만한 일이 아니며 머스크가 정치가 아닌 경영에 집중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의 구조조정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머스크 개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DOGE 고문이었던 피시백은 ‘슈퍼 팩(정치후원회)’ 설립을 예고했다. 후원회 이름은 ‘도널드 전적 지지(Full Support for Donald)’로 정했는데,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를 저격한 작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로 주력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투자회사 ‘아조리아파트너스’는 이번 주로 예정됐던 ‘테슬라 컨벡시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전격 연기했다. 제임스 피시백 아조리아파트너스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의 정치적 야망이 테슬라 CEO로서의 책무와 양립 가능한지 이사회가 직접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도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금융 매체 배런스는 “스페이스X가 보유한 220억 달러 규모의 정부 계약이 철회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나사와 국방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가 최근 출시한 핵심 신사업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수천억~수조 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도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도 “머스크의 정치 행보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최악의 시점에 벌어지고 있다”며 “그가 DOGE를 떠나 테슬라 경영에 복귀했다는 안도감도 잠시일 뿐 신당 창당 선언으로 상황은 다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거액의 선거 자금을 지원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트럼프발(發) 규제 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반(反)트럼프 시위 여파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트럼프와의 갈등이 표면화된 올 4월에는 221.86달러(8일 기준)까지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3일 기준 315달러로 마감하며 상반기 동안 22%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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