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를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인만 남은 일명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결국 중국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청정에너지, 나아가 인공지능(AI) 분야까지 중국에 주도권을 넘길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3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법안이 중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법안이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액공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자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프리드먼은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과 직결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전기 생산량은 2000년 1300 TWh로 미국(3800 TWh)에 크게 뒤처졌었지만 현재는 1만 TWh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 중국의 ‘재생에너지 굴기’가 있다는 게 프리드먼의 분석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중국의 누적 태양광발전 설비 용량은 1000GW를 돌파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5월 한 달 동안 추가된 태양광 설비 용량만 93GW로 초당 100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2000년 이후 전기 생산량을 500TWh 늘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먼은 “트럼프의 법안은 지난해 신규 전기 용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제야 성장세를 탄 미국 재생에너지를 다시 주저앉힐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2035년까지 도매 전기요금이 약 50% 인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육상 풍력과 태양광이 그리드 패리티(발전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짐)를 달성했거나 근접했을 정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낮은 편에 속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법안이 중국에 AI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는 전기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미국의 전기 생산 능력 약화를 초래하는 이번 법안이 미국의 AI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개발사 이올리안의 애런 주버티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많은 전력을 보유한 국가가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 패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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