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도 공식화했다. 새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당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기존 법안보다 더 강화된 내용이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에서 확인된 민의를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확대 △집중투표제 활성화 △주주총회 시 전자투표 의무화 등 기존 당론 법안(이정문 의원안)에 ‘3%룰’이 추가됐다. 최대주주 등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법안 시기도 전자투표제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유예기간을 없애 대통령이 공포하는 즉시 시행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법안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회에서 이미 한 번 (법안 통과를) 했으니까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 한다”면서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안은 기존에 이미 당론으로 확인된 내용”이라며 “당 차원에서 챙겨서 최대한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경제통’인 홍성국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인공지능(AI), 그리고 상법 개정안과 같이 이 대통령 공약과 관련된 주식의 상승 폭이 매우 컸다”며 “외국인 투자가들도 이 대통령의 공약을 신뢰하고 공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걸림돌도 사라진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다음 주 당장 본회의를 소집해 박찬대 원내대표 체제에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차기 원내지도부 출범 이후로 법안 통과 시기를 조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 지위 확보와 동시에 법안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유를 댄 만큼 더 강해진 상법 개정안은 국내 기업 환경에 더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을 기점으로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 등 윤석열 정부 거부권 법안 재처리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부권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본회의부터 주요 ‘특검 법안’부터 빠르게 처리했다. 검찰총장 외 법무부 장관도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대법관 증원법’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기 위한 대여 투쟁에 시동을 걸 방침이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야당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절하면서 짧게나마 ‘허니문 기간’을 갖고는 하지만 정부 출범과 동시에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사법 개혁’을 앞세워서 추진하는 법안들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특검 법안 통과 방침에 “과연 이것이 새 정부 1호 법안이어야만 했는가, 그런 안타까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과 거리가 먼 무더기 특검법이나 정치 보복적 검사징계법을 여당 복귀 기념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게 과연 새 정부의 출범과 성공에 도움이 될 것 같나”면서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다. 여당이 무거운 책임을 인식할 때 새 정부도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법’ 처리 움직임에 대해 “그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오만한 정당·정부’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다수당이 횡포를 부리지 말고 여야가 협치함으로써 법률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처음부터 힘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 큰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관문인 특검 법안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수의 이탈 표가 나오는 등 엇박자를 내면서 앞으로의 대여 투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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