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양국 금융시장 분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될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홍콩 거래소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증권중개인협회의 톰 찬 팍람 명예 회장의 말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홍콩에서 2차 상장 또는 이중 1차 상장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홍콩의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2020년 12월 미국의 외국기업회계법(HFCAA)이 도입된 이후 중국 기업들이 상장폐지 위협에 직면하자 알리바바 그룹, 넷이즈 등이 홍콩에서 2차 상장을 선택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역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NYSE아메리칸에는 총 286개의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다. 2024년 1월 이후에만 48개 중국 본토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총 21억 달러를 조달했다.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달러에 달한다.
홍콩 시장도 이같은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재무장관 폴 챈 모포는 이미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대비책 마련을 지시한 상태다. 홍콩거래소는 이미 2022년 1월 미국이나 영국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2차 상장 기준을 완화해 최소 가치액을 30억 홍콩달러(약 3억 8480만 달러)로 줄였다. 이전의 최소 상장 금액인 400억 홍콩달러에서 대폭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신규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제안을 내놓고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상장폐지 방안이 다시 검토 테이블 위에 올랐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관세 분쟁을 넘어 금융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에 상장된 많은 중국 본토 대형 기업들이 이미 홍콩에 이중 상장을 했거나 준비중이기 때문에 상장폐지 위협의 영향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BS의 제임스 왕 중국 전략 책임자는 "이중 상장 기업 중 다수는 지난 3년 동안 홍콩 보유 지분 비중이 30%포인트 증가해 총 시가총액의 약 6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인의 이들 주식 보유량도 2021년 5%에서 현재 약 12%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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