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5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약세 영향으로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 현물지수는 0.4%하락했다. 달러화는 지난주에도 중국과의 무역 긴장 고조와 미국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2.4% 떨어졌다.
이날 장 초반에는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유예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가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인사들이 반도체 등 전자제품은 지난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제외될 뿐 앞으로 진행할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통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는 것이 재확인되면서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비(非)금전적 관세 장벽 및 불공정한 무역수지와 관련해 누구도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달러화는 올해 들어 6% 가까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 소재 스페어뱅크 원마켓의 데인 세코프 거시·통화 전략가는 "미국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미국 경제에 장기적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무역전쟁이 신속하게 안정돼야 한다"며 "트럼프 관세의 영향이 소비, 인플레이션, 노동지표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 달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점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 대비 약세가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계획과 실행 과정은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약화시켜 달러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우리 생각대로 관세가 미국 기업의 영업실적과 소비자의 실질 소득에 부담을 준다면 미국 예외주의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강달러의 주요 버팀목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가 안전자산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헤지 수요도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의 향후 3개월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리스크 리버설 지수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금과 엔화 등 안전자산 수요는 계속 느는 추세다. 엔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2.3% 올랐으며, 특히 11일에는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즈의 스카일러 몽고메리 코닝 통화 전략가는 "위험성이 높은 시장이어서 엔화와 같은 안전자산이 유리할 것"이라며 "일본은행(BOJ)이 통화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 가격도 14일 온스당 3245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11일 기록했던 최고치를 또다시 돌파했다. 금값은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지난주 6% 이상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20%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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